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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아 Jan 01. 2024

불타버린 파리 노트르담은
어떻게 되었을까?

2019년 4월 15일 파리 노트르담 성당이 화염에 휩싸였다. 

높이 솟은 뾰족한 첨탑이 꺾이면서 불타고 있는 지붕 위로 떨어졌다. 

아! 놀라운 광경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던 프랑스인들이 탄식했다.

TV로 화재 광경을 본 전 세계 사람들도 같이 탄식했다. 

전쟁도 테러도 아니고 죽은 사람도 다친 사람도 없지만 톱뉴스였다. 



850년 간 프랑스 역사와 함께 했던 수도 파리 교구의 성당, 예수님의 가시 면류관과

십자가 나무의 조각이 보관되어 있는 성당, 중세기에 200년 걸쳐 건축된 고딕 성당,

루이 14세가 제작하게 한 종 ‘임마누엘’과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한

프랑스의 국보들이 보관되어 있는 성당.. 수식어가 길다.


건물의 역사도 드라마틱하다. 

12세기 건축되어 18세기 대혁명 시대 파괴되어 폐허가 되었다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가 성공하면서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에스메랄다를 향한 꼽추 카지모도의 사랑 이야기는 

영화, 뮤지컬, 만화영화로 반복 재생되면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성당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부벽들과 조각들이 가득한 외관은 번잡스럽지만 균형 잡힌 골격으로 

천 년 가까이 우아하게 버티고 있는 성당 앞 좁은 광장은 늘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매년 1천3백만 명이 긴 시간 줄을 섰다가 방문을 허락받는다. 



소방관 600명이 15시간 동안 벌였던 진화 작업이 끝났다. 

지붕은 사라지고 지붕을 버티고 있던 목재들이 완전히 불타버렸다. 

불이 기세 좋게 타올랐던 것은 지붕 바로 아래 있었던 ‘숲’이라고 부르는 1,400그루 나무 때문이었다. 

지붕이 탔던 것이 아니라 숲 21헥타르가 타고 있었던 것이다.

베어 낸 지 천 년이 되는 나무를 포함해 루이 14세가 숲 하나를 통째로 베어 보탠 잘 마른나무들이었다. 


첨탑이 꺾여 떨어지면서 뚫어 놓은 큰 구멍을 통해서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 바닥에는 나무 재와

타다 만 나무들이 쌓였고, 소방관들이 뿜어 댄 물에 흠뻑 젖어 노곤한 기둥들과 네 벽이 남았다. 


기둥 하나가 흔들리거나 벽 한 귀퉁이가 떨어지면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어 아슬아슬했다. 

이왕 이렇게 많이 부서졌으니 850세 된 ‘늙은 귀부인’의 피곤한 돌들을 깨끗이 치우고 

현대 감각에 넘치는 새로운 건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어떨까? 


프랑스인답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다. 원래대로 복원한다. 

“당장 내일부터 우리는 건물을 다시 세우기 시작할 것입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언했다. 

국민들도 동의했다. 파리 올림픽이 개최되는 2024년까지 공사를 끝낼 것이다. 


대기업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약속했고 전 세계로부터 성금이 답지했다. 

150개국으로부터 822만 유로, 115억 원이 단숨에 모였다. 

긴급한 보수를 기다리고 있는 700여 채 다른 성당들도 손볼 수 있지 않을까? 

엄청난 호응에 놀란 일부 프랑스인들이 기대하기도 했다. 


파리 노트르담은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부활할 것이다. 두 번째 르네상스다. 


복원은 타버린 건물의 잔해를 수거하고 남아 있는 건물을

안정시키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붕을 덮고 있던 타고 남은 유독한 납판을 제거하고, 

첨탑 보수를 위해 설치되어 있었던 500톤짜리 거대한 철제 구조물을 제거해야 한다.

뜨거운 열로 녹아 엉겨 붙어 있는 쇠심 들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하려면

전문가들이 자일에 매달려 작업해야 한다. 

석재에 스며든 습기를 말리고, ‘아픈 곳’을 찾아 치료해야 하고, 금이 간 기둥들을 벨트로 묶어 주어야 한다.

뚫린 지붕을 덮어야 하고, 두께가 얇아진 천정을 무너지지 않게 받쳐주어야 한다. 

건물 외벽에서 팔처럼 허공에 떠 있는 부벽들을 부목으로 받쳐주어야 한다. 

파이프 오르간과 스테인드글라스는 해체해서 작업실로 옮겨야 하고, 

그림과 조각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야 한다. 


건물을 안정화하는 데 2년이 넘게 걸렸다.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사방으로 흩어진 잔해들을 수거해 데이터로 만들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복원할지 결정했다.

여러 분야의 학자, 건축가, 작업자들의 공조는 역사상 처음이었다.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불에 타서 사라진 지붕은 새로 만드는 것이었다.

여러 국적의 건축가들이 기발한 상상력을 펼쳤다. 지붕 전체를 유리로 덮고 수영장을 설치하자,

거대한 온실을 만들어 하늘 정원을 만들자 등등.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형대로 복구할 것이다. 


숲 하나가 송두리째 들어갔던 서까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었다. 

철제 빔을 사용하면 작업이 쉽고 공사 기간이 빨라질 뿐 아니라 무게도 절반으로 줄어

건물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샤르트르의 노트르담도 그 방식으로 복원했다. 

그러나 제안은 제안일 뿐이었다. 이번에도 프랑스인들은 긴 시간 망설이지 않았다.

옛 방식대로 도끼와 톱으로 참나무를 베어 사람의 손으로 자르고 깎고 다듬어 목재를 만들 것이다.

진정성을 위해서 고생을 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전국의 숲에서 목재가 될만한 나무들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했다.

2,300그루가 넘는 참나무가 목재가 되었다. 수령이 몇 백 년인 나무들도 많았다. 



건물의 안정화 작업이 끝나고 2단계 복원 작업이 시작되었다.

성당에서 500명, 성당 멀리서 500명이 작업하고 있고, 5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로렌 지방에서 5개 목재 가공 업체가

100m 높이 첨탑을 올리는 받침대 제작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일단 조립해 보고 해체해서 파리로 옮겨 다시 조립한다.


전체적으로 복원 작업 진행이 순조로워

2024년 12월 8일 예정된 날짜에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천 년 가까이 된 건물을 그렇게 공을 들여

복원하는 작업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공동체의 의미와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나무를 전국에서 모으는 작업, 자발적으로 모인 목수들이 목재를 다듬는 과정,

부목을 가져다 타워크레인으로 올려 외벽의 팔들을 받치는 작업 등등 전 과정이 화면을 통해서

국민들에 전해졌다. 서로 ‘동지’라고 부르며 국가적 역사적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자부심에 넘치는

작업자들의 모습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향하는 군인처럼 비장했다. 

강한 감동이 전 국민을 묶었다.

가장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18~34세 청년층의 55%가 기부금 갹출에 동참했다.  


금전적으로도 이익이었다. 1단계 안정화 작업에 1억 5천 유로가 투입되었고, 

앞으로 마무리될 2단계에 5억 5천 유로가 투입될 것이다. 총 7억 유로, 즉 9천9백억 원이다. 

그런데 기부금이 더 많다. 34만 명이 기부한 액수가 8억 4천만 유로,  즉 1조 1천9백만 원이다.

기부 행렬은 아직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불타버린 퇴락한 건축물을 밀어 버리지 않고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이 이상 어떻게 보상받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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