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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아 Jul 12. 2024

아픈 지중해가 잘 버티기를!: 밀항,
크루즈, 공해

‘위대한 바다’ 지중해는 언제 쇠퇴의 길에 들어섰을까? 중세 말기였다. 

아시아로 가는 길이 막히자 유럽인들은 다른 길을 찾아 나섰고, 

대서양을 건너 가는 길과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가는 길을 찾았다. 

그들은 지중해를 떠났다. 지중해는 텅 비었다.


동과 서로 나뉘어 있던 지중해는 점점 남과 북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북부는 르네상스를 지나 과학혁명, 정치혁명, 산업혁명을 거치며 눈부시게 발전했고, 남부는 침체되었다. 

지중해 남쪽 전체를 지배했던 오스만제국의 강력한 행정력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자율적이고 강한 

민족 국가들의 출현을 막았다. 민족 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근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낙후되고 가난한 지역이 되었다. 

북해에서 활동하던 영국과 홀란드, 프랑스 사람들이 지중해에 몰려들어왔다. 대단히 위선적인 사람들이었다. 

야만인을 문명화시키는 “무거운 짐”이 아주 피곤하다고 말하면서 이슬람 지역을 파괴하고 식민지화했다. 

그때 꺾인 이슬람 지역은 아직도 다시 일어나는 데 힘들어한다.    


가장 활발한 교류의 바다였던 지중해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살벌한 ‘죽음의 바다’가 되었다. 

허가는 무슨? 자유롭게 돌아다녔던 바다였다.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지중해를 남에서 북으로 건너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법적으로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내전과 가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중해 북부와 남부의 격차가 너무 크다. 

북부 유럽 국가들의 1인당 국민 연 소득은 남부 국가 국민의 소득의 20~30배다.


북아프리카 해안에서 유럽으로 가는 밀항을 알선하는 조직은 거대 기업이다. 

한 해 규모가 3∼5억 유로, 원화로 5천 억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몇 년 전 통계다. 

36시간이 걸려야 도착하는 이탈리아 해안을 3시간이면 된다고 속이고 배에 태운다. 

가까운 바다에서 물놀이하는 보트에 넘치도록 사람들이 탄다. 보트는 자주 뒤집힌다. 

2018년 밀항선이 전복해 100명이 물에 빠져 익사했을 때 어린아이 3 명이 있었다. 

부모 손에 이끌려 배를 탔다가 숨진 3살짜리 아기 ‘쿠르디’가 고향인 터키 해안까지 파도에 밀려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빨간 셔츠를 입고 모래사장에 인형처럼 엎드려 있는 쿠르디의 사진이 

세계를 한 바퀴 돌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금방 잊었다. 



유럽연합은 리비아의 보트 수입을 막았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참사의 소식은 여전히 계속된다. 

작년 2023년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는 하루 2,000 명 난민이 보트로 도착했다. 

9월 이탈리아 섬 람페두사에 하루에 6천 명씩 난민이 도착했다. 

람페두사의 인구 5천 명보다 많은 숫자였다. 당할 방법이 없다. 유럽은 비명을 지른다. 

바다에서 사람이 빠져 죽든 말든 모른 척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유럽의 극우파 정당들은 

지지자들이 늘어나 즐거워한다.  


지중해 생태계 지표에 빨간 불이 여러 군데 켜졌다. 지중해를 병들게 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지중해로 흘러 들어오는 강의 수량이 줄어들었다. 

워낙 강에서 흘러들어오는 물보다 증발하는 물이 더 많았는데,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최근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이 또 하나 등장했다. 크루즈 관광이 저가로 대중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크루즈 관광객이 지난 20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지중해 항구 도시들은 크루즈 여행객 유치를 위해서 거대한 배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을 경쟁적으로 

건설했다. 관광선이 닻을 내리는 지중해 항구의 수가 100여 개가 넘는다. 

지중해 해안은 이제 전체가 시멘트 선착장이다. 

크루즈는 엄청나게 에너지를 소비하고 공기를 오염시킨다. 24시간 동안 불을 밝히고 에어컨을 가동한다. 

카지노, 수영장, 스케이트장, 파도를 타는 서핑까지 에너지를 엄청나게 흡수하는 시설로 꽉 차있다. 

크루즈 배 한 척이 발전소 하나와 맞먹는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그 안에 미세먼지도 있다. 

크루즈 선박이 들어가면 베네치아는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처럼 위태로워진다.  



유럽 해안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중해 분지 전역에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바다를 둘러싼 20㎞ 폭의 벨트에 세계 인구의 16%가 집중되어 이미 밀도가 높은 상황이었는데, 

급격하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레바논이나 튀르키예에서는 관광 수요가 증가하면서 호텔, 도로 등 관광 인프라 건설이 한창이다. 

생활 쓰레기가 해안에 산처럼 쌓여가고 정화하지 않은 하수가 배출되고 있다. 

“그런 일은 없다.” 지역 정부 관리들을 인터뷰해야 똑같은 소리만 듣는다.  


지중해 연안에는 일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산업 시설들이 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항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로 실어오는 자원을 가공하는 석유, 화학, 철강, 비료 산업 공장들이다. 

아프리카 해안의 알제리와 튀니지에 최근 건설되고 있는 공장들은 오염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청년 인구에 일자리를 주는 것이 더 급하다. 


해상 화물 운송도 큰 문제다. 세계 무역의 80%는 바닷길을 통한다. 그중 ⅓이 지중해를 경유한다. 

아시아와 유럽 사이 해상 무역은 모두 지중해를 거친다. 연간 12만 척 화물 선박이 지중해를 오간다. 

수영장 풀 같은 바다에 그 많은 배가 떠다니는 것이다. 

수에즈 운하 수용능력이 2배로 늘어난 2016년부터 매년 4%씩 화물 선박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위험물질이나 오염물질을 선적하고 있는 화물선이 20%인데,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유조선이나 독극물을 선적한 배가 이 거대한 풀에서 난파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환경 단체들은 가슴을 졸이며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보호를 위해서 경제적 이득을 포기하는 인간 사회는 없다. 


찬란한 영광을 뒤로한 지중해는 생존의 마지막 숨을 몰아 쉬고 있다. 잘 버틸 수 있을까?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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