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세연 Jul 28. 2022

등을 좀 토닥여줘.

버려진 느낌이 들지 않게..

"후루루 풉풉"

밤 9시, 둘째녀석이 양치를 30초만에 끝내고 나왔다.


요 녀석. 요즘. 양치를 건성건성하는 것 같은데,

심증은 있지만, 타이밍이 안 맞아서 직접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었다. 


오늘 마침, 아이가 양치하러 들어가길래 한번 봤더니 

이 녀석이 칫솔에 치약을 묻힌 후 그대로 이빨에 묻혔다 

'오글오글 퉤퉤' 생각보다 더 심플하게 양치를 마치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치과에 다녀와서 잘하겠다고 말한 지  며칠이나 됬다고..


"잡았다. 요놈"

혼낼 생각은 없었고, 

앞으로 양치를 잘해야하는 이유와 잘하지 않으면 생기는 문제점들에 대해  

알려준 후 다시 양치를 하라고 했더니, 

오늘은 이미 했으니 절대 안한다고 버틴다. 


나와 둘째의 소란을 한참 바라보던 남편은 아이를 불러 잘 타일렀지만

이날 따라 둘째의 고집이 여간 쎈게 아니다. 


결국 나는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방으로 들어와 큰 아이와 잠자리를 준비하였다. 


둘째는 결국 크게 혼이 난 후에야

양치를 다시 하고, 서럽게 엉엉 울며 방으로 들어왔다.

벽에 착 달라붙어서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누가보면 정말 억울한 일을 당한 아이같았다. 

고집을 부리는 모습이 괘씸하기도 하고 반성을 좀 했으면 해서

그냥 울게 두고, 내 할일을 하고 있었는데,


"엄마, 등이라도 좀 두드려줘.." 큰아이가 속삭였다.

평소 둘째와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는 자매였기에 의아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라고 물었더니, 

"엄마 나도 저렇게 혼나고 들어왔을 때 아무도 안 돌봐주면 버려진 느낌이 들어서 너무 슬퍼."

아.. 그랬구나... 

망치로 머리를 한대 쿵 맞은 느낌이다. 


큰 아이를 혼내고는 항상 방으로 들여보냈는데, 

그 때마다 우리 아이는 버려진 느낌으로 방에 있었겠구나.

머리가 멍했다. 


"그럼 그런 기분을 어떻게 풀었어?"

"그냥 잤어. 꿈꾼거라고 생각했어."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어떤데?"

"괜찮았는데?"

이야기를 하다 말고 큰 아이는 둘째 등을 두드리라는 시늉을 한다. 

큰 아이의 말대로 둘째 등을 토닥토닥이니, 

엉엉, 눈물 콧물 뒤범벅이 되어 울던 아이는 

그대로 돌아 나에게 폭 안겨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요 녀석도 기댈 곳이 필요했나보다. 


둘째와 앙숙처럼 늘 으르렁 거리지만, 

혼자 있게 하지 않으려는 큰 아이의 마음 씀씀이에 

내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