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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세연 Jul 28. 2022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

인도까지 나를 날려보낸, 죽기로 결심했던 내 마음이 참 고맙다. 

                                                            

인도에서 머물렀던 숙소

  ‘덜커덩, 덜커덩’              

누군가 잠긴 문을 강제로 열려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를 지나고 있었다. 손에는 이불을 잔뜩 움켜쥐고 덜컹거리는 문고리의 잠금장치가 잘 버텨주기를 숨죽여 기도했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문고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두렵고 무서웠던 긴 밤을 꼬박 지새우고 사람이 있을 것 같은 장소, 식당으로 내려갔다.

 

  “나마스떼” 아침을 준비하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내 편이 생겼다는 안도감에 나는 주인에게 어젯밤, 겪은 일을 흥분해서 이야기했다. 주인은 너무나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래도 도둑이 든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곳에 내 목숨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을 대충 먹고 짐을 싸서 다른 숙소로 이동했다. 인도에 도착한 지 삼일이 안된 시점이었다.     




  참 우스운 일이다. 내가 인도로 떠나온 건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목숨 부지를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도에서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은 채 나오다니. 가성비를 가장 중요시했던 나는 그 일 이후 안전에 중점을 두고 숙소를 정했다. 며칠 후 나는 내가 죽기 전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선택했던 여행지, 바라나시에 있는 갠지스강에 도착하였다. 갠지스강물은 시커먼 색에 가까운 짙은 녹색이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파란색 물이 흐르는 강을 보여준다면 절대 강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내가 알고 있던 물과는 다른 색이다.      


  내가 인도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여기, 갠지스강에 발을 담궈 보는 것. 그런데 그 물에 내 발을 담궜다가는 왠지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썩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 결국 도착한 첫날은 눈에 담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 날, 나는 용기 내 검지손가락 한마디를 갠지스강에 스치듯 만져보았다. 다행히 내 손가락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 정성껏 씻고, 한발, 한발을 조심스레 담그고 주변 풍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23살 권세연 , in 인도, 세상행복

 저 멀리 연기가 온종일 쉬지 않고 퍼져나오는 곳이 보였다. 그곳은 화장터라고 하였다. 인도인, 특히 힌두교도들은 갠지스강을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느껴지기 때문에 이곳에 화장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덕분에 여기는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다. 죽음을 끊임없이 생각했던 20대 초반, 막상 죽음 가까운 곳에 다다르자 손가락 하나 다칠세라 전전긍긍하는 내가 보인다. 한쪽에서는 시체가 타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그 물을 신성시하며 목욕한다. 같은 장소에서 각자의 생각과 방식에 맞게 상황을 마주하는 사람들을 보며 지금껏 내가 힘들다고 여기며 살아온 세상이 어쩌면 무척 재미있고 신기한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첫 배낭여행을 무작정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얻어온 용기로 17년이 지난 오늘도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위 글은 주부작가들과 공저로 출간할 2번째 책 <내 인생의 첫 기억>에 들어갈 원고 일부입니다. 

출판사 확정되었으며, 가을에 출간예정(10월) 입니다.

혹시 공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개인카톡 주시면 안내드리겠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등을 좀 토닥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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