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violet》

by 운형 최진태

●한산신문

《제비꽃(Violet)》


발길 멈추고 눈높이 낮춰야만 비로서 보이는/

잔잔한 보랏빛 물결 속에 담긴/

겸손과 낮춤의 파노라마/

작은 중심 속 고요 한 점 찍으며/

존재 그 자체만으로 우주의 빈자리를 채우다


[시작(詩作)노트]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나 보이는거야/ 자줏빛이지"

안도현의 '제비꽃에 대하여'의 한 구절이다.

제비꽃은 이 시에서처럼 허리를 낮추고 봐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키가 한 뼘도 채 되지 않는 풀꽃이다. 제비꽃은 흔히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하거나, 무리 속에 반짝이는 빛을 발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들 뜨지 않는 꽃이라고 말한다.


이른 봄, 아직 찬바람이 남아있는 날씨 속에서도 제비꽃은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한다. 작은 보라색 꽃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 향기는 마치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듯 하다.

제비꽃은 그렇게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스토리 등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비로운 신화와 역사 그리고 숱한 사연들을 품고 있다.


제비는 겨울이 끝나는 봄이 오면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돌아와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사람들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으로 여겨졌다. 신기하게도 제비꽃도 바로 그 시기, 이른 봄 땅이 녹기 시작할 때 먼저 얼굴을 내밀고 조용히 피어난다. 그래서 제비와 제비꽃은 함께 봄의 징조를 알리는 상징이 되었다.


제비꽃은 다섯 장의 꽃잎을 가지고있는데, 그 중 아래쪽 꽃잎 하나가 유난히 길게 뻗어 있다. 이 꽃은 마치 제비가 하늘을 날며 꼬리를 길게 뻗은 모습과 닮아 있다. 그 모습에 착안해 사람들은 이 꽃에 제비처럼 생긴 꽃 즉 '제비꽃'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을 떠올리는 '꼬마 보라색 친구'가 제비꽃이다. 그는 유난히 제비꽃을 사랑했는데 엘바섬으로 유배를 떠날 때, 제비꽃이 필 무렵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고 실제로 엘바섬을 탈출하여 그 때 돌아왔다. 그래서 그의 지지자들은 제비꽃을 그를 상징하는 비밀암호로 사용했다. 나폴레옹이 죽은 뒤 그의 펜던트 안에는 아내 조세핀의 머리카락과 함께 말린 제비꽃 한 송이가 들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소녀 이오(Io)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오를 하얀 암소로 변하게 했다. 제우스는 암소가 된 이오가 거친 풀을 먹는 것이 안타까워, 그녀의 눈을 닮은 부드럽고 향기로운 꽃을 땅에서 피워냈다. 그 꽃이 바로 제비꽃이다.


로마인들은 죽은 자의 평온한 안식을 위한 무덤가에 제비꽃을 심는 풍습이 있었다. 제비꽃의 은은한 향기가 영혼을 위로하고, 그 푸른 잎이 부활의 희망을 상징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제비꽃은 식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꽃잎은 샐러드나 비빔밥에 넣어 먹거나 설탕에 절여 차로 마시기도 한다. 특히 제비꽃 차는 은은한 향과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어 봄철에 즐기기 좋다. 제비꽃 잎은 나물로 무쳐 먹거나 쌈채소로 활용할 수 있으며, 뿌리는 한약재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제비꽃은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평소 몸이 냉하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분들이라면 과도한 섭취를 피하는게 좋다. 임산부 역시 마찬가지.


최근에는 제비꽃 추출물이 피부 진정 및 보습효과가 뛰어나 화장품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제비꽃은 관상용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약용, 식용, 생활용품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 될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식물이다.


지금 이 순간, 주변을 한번 돌아보라.

눈에 띄지 않게 피어난 들꽃들이 숱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 속 '제비꽃'처럼 묵묵히 피어난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오랑캐꽃, 반지꽃, 앉은뱅이꽃, 외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제비꽃, 남산제비꽃 둥근털제비꽃, 노랑제비꽃 등 그 종류도 많다.


인생여정에서 눈에 띄는 굵직한 성과물만 쫓으며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놓쳐버린 소소하고 작은 것들의 의미를 돌이켜보며, 제비꽃의 꽃말인 겸손과 낮춤, 소중한 사랑, 소박한 행복의 의미도 되새겨 볼 일이다.

작은 체격임에도 자신만의 매력과 전략으로 숲속 풀밭에서, 길목 한 귀퉁이에서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켜온 제비꽃의 지혜로움을 생각하면, 지치고 힘든 우리의 마음에

조그마나마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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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화려하게 눈에 띄거나 반짝반짝 빛을 발하지는 못했을 수 있으나,

비록 작은 제비꽃처럼 작은 모습으로 살아왔어도 그래도 이만하면 열심히 성실히 잘 살아 온 것 아니냐고,

유행가 가사처럼

'나야 나야 나'

'아자~내가 뭐 어때서'

'아자~괜찮아 나정도면' 하고 흥얼거려지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그것 또한 소득이다.


이제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꽃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귀한 존재로 제비꽃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길을 가다, 들판을 걷다, 산행을 하다 눈에 띄는 제비꽃 무리가 이제 예사롭게 보이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자신 부터 그리 될 듯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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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흐름,2024.4) 저자, 시인ㆍ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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