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별 아래서(書)... 그 서(序)

새벽별 아래서(書)-01

by rainon 김승진

백 번을 고쳐 생각한 끝에, 허락되는 시간은 새벽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밥벌이를 해야만 하는 회사원이 잠시라도 차분하게 고요하고 싶다면, 새벽잠을 포기할 방법밖에. 싫든 좋든 야근과 회식은 피할 길이 없으니...


새벽 3시 30분.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알람을 끈다. 이부자리 정리 후, 욕실로 향해 샤워기를 틀면 절반, 아니 9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육신은 고달프되 정신은 또렷하게 맑은 새벽. 발코니 너머 깜깜한 창공에 몸을 담근 희미한 별빛도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바라건대 그 별빛 바로 아래에서 종이를 펼치고 붓을 쥘 수 있다면... 하지만 그 정도 운치는 아녀도 그래도 어쨌든 새벽별과 함께 깨어있으니...


지금 여기는 새벽별 아래.


서(書)... 읽고 쓰다. 책을 펼친다. 가끔씩 노트북을 연다. 읽거나 쓰거나, 주어진 하루 속에서 반드시 시계의 긴 바늘이 세 바퀴를 돌 동안만큼은 온전한 침묵 속에 잠기기로 결심한다. ‘생각’을 얻고, 깨닫고, 정돈하고, 만들고, 끄집어내고, 엮어 조립하고, 깎아 다듬고, 펼쳐내는 하루 세 시간.


많은 것을, 큰 무엇을 감히 바라지는 않는다. 그럴싸한 결과물이 생기지 않더라도 그만이다. 읽어주는 이가 없대도 괜찮다. 하루도 빠짐없이 다짐처럼 그러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제력을 잃고 과음하여 숙취 속 늦잠에 빠지는 날이 간혹 있더라도, 스스로를 책망하고 찬 웃음 지으며 멈추지는 않으리라.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는 것. 가다가 중지되면 다시 걸어가는 것. 공연 도중에 바이올린의 현 하나가 끊어진다. 그래도 연주는 계속한다. 나머지 세 가닥의 줄로써... 노르웨이 바이올리니스트 ‘올레 불’이 보인 저토록 담담한 침착을 향해 ‘해리 애머슨 포스딕’은 감동했다. “그것이 바로 삶이다.”


이 새벽이, 24시간 중에서 가장 짙고 두터운 영역이기를 원한다. 하루의 무게중심을 이 세 시간에 두겠다는 결심, ‘나’ 안으로 파고들어 몰입의 최대치를 만나 보겠다는 각오. 새벽별 빛에... 비체... 비채... 비/채... 비우고 채우고... 적막한 집중 속에서 ‘나’를 비우고 또 새로이 채우는 새벽의 끈질긴 계속을 소원하면서...


이제, 그 시작... 그 서(序)를 멋없게 열어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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