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잖은 살림에도 과일만은 늘 있었다
시기만 한 그 자두가 그 시절엔 달콤했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한 소쿠리 뚝딱하던
초여름날 늦은 오후 빗방울은 투명했다
폭군이던 아버지도 오징어는 나눠 줬다
돌보다도 단단하던 건오징어 입에 물고
책 페이지 넘길 때면 아버지도 조용했고
구름 사이 햇살 조각 멍든 마음 토닥였다
퇴근길에 들른 시장 과일 가게 건어물점
자두 좋던 어머니는 이 세상에 더는 없고
남은 치아 하나 없는 아버지는 요양원에
차마 자두 못 집은 채 오징어만 담아 든다
물끄러미 바라보니 오징어가 흐려진다
캔맥주를 따르다가 거품처럼 흐르더라
흐려지는 두 눈에서 흐르는 건 추억인가
초여름밤 달빛처럼 아스라한 그때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