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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빗방울

간식

by rainon 김승진

넉넉잖은 살림에도 과일만은 늘 있었다

시기만 한 그 자두가 그 시절엔 달콤했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한 소쿠리 뚝딱하던

초여름날 늦은 오후 빗방울은 투명했다


폭군이던 아버지도 오징어는 나눠 줬다

돌보다도 단단하던 건오징어 입에 물고

책 페이지 넘길 때면 아버지도 조용했고

구름 사이 햇살 조각 멍든 마음 토닥였다


퇴근길에 들른 시장 과일 가게 건어물점

자두 좋던 어머니는 이 세상에 더는 없고

남은 치아 하나 없는 아버지는 요양원에

차마 자두 못 집은 채 오징어만 담아 든다


물끄러미 바라보니 오징어가 흐려진다

캔맥주를 따르다가 거품처럼 흐르더라

흐려지는 두 눈에서 흐르는 건 추억인가

초여름밤 달빛처럼 아스라한 그때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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