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빗방울

오래된 노래

by rainon 김승진

인사동

파전집

막걸리 잔 부딪치며 함께 웃던

어리던 날이 언젠가 있었더라


웃음은 멎고

어리던 날도 흩어지고

그날의 흑백사진 등지고 돌아서는

발자국 끄트머리에 맴돌던


차마 지우지 못한

그 멜로디가

기억 가장자리에

끈질기게 붙었더라


파전 부치는 기름 내음 타고

흘러나오던 그 노래가

그리움이 타다 남은 그을음이 그린

가슴속 오선지 위에서 숨 쉬더라


눈송이 내려앉을 머리카락이

찬바람에 흩날릴 또 다른 어느 날

오래된 노래보다도

더 오랜 나날 지났을 언젠가 그날


다시

우연의 이끌림으로

우리 마주 앉게 된다면, 아무 말 없이

한번 더 서로의 잔을 채우자


반갑지 않은 척

설레지 않은 척

기쁘지 않은 척

슬프지 않은 척


막걸리 잔 부딪치며

백열전구 불빛 아래로 흐를

오래된 그 노래에

잔잔한 미소만 얹자

ChatGPT Image 2025년 6월 21일 오후 02_40_1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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