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파전집
막걸리 잔 부딪치며 함께 웃던
어리던 날이 언젠가 있었더라
웃음은 멎고
어리던 날도 흩어지고
그날의 흑백사진 등지고 돌아서는
발자국 끄트머리에 맴돌던
차마 지우지 못한
그 멜로디가
기억 가장자리에
끈질기게 붙었더라
파전 부치는 기름 내음 타고
흘러나오던 그 노래가
그리움이 타다 남은 그을음이 그린
가슴속 오선지 위에서 숨 쉬더라
눈송이 내려앉을 머리카락이
찬바람에 흩날릴 또 다른 어느 날
오래된 노래보다도
더 오랜 나날 지났을 언젠가 그날
다시
우연의 이끌림으로
우리 마주 앉게 된다면, 아무 말 없이
한번 더 서로의 잔을 채우자
반갑지 않은 척
설레지 않은 척
기쁘지 않은 척
슬프지 않은 척
막걸리 잔 부딪치며
백열전구 불빛 아래로 흐를
오래된 그 노래에
잔잔한 미소만 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