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빗방울

몽당연필

by rainon 김승진

스스로 스스럼없이 부러뜨리려 해도

더 작아질 남음이 없다


짧아서 부러지지도 않으니

끝까지 갈 수밖에, 없도록


시간의 물결이 이끄는 대로 숨 마시고 뱉으며

파도의 맨 가장자리에 이를 날까지 그리리라, 그리하리라


어차피 기억되지 못할 이야기들이지만

그래도 적어가며


접히지는 않으리라, 마지막까지

숨 쉬며 걷다가, 멈추지 않고 긋다가


영원 속으로 사라질 그날엔

한 톨 그림자도 남기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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