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았다
바람의 옷깃 수놓는 실구름 쓰다듬으며
햇살이 하늘을 적셨다
눈이 부셔서
어차피 눈물이 났을 것이다
뛰노는 햇살 속에서
나무 관(棺)을 살라먹는 불꽃도 덩달아 춤추던
그날 오후
눈이 시리게 찬란한 날이라서
어차피 눈물은 났을 것이다
떠나보냄의 순간보다 더 어려운 건
떠나보냄의 순간을 뒤로하고 돌아서야 한다는 것
하늘이 연 축제, 그 불꽃이 서쪽 하늘로 잦아들던
초저녁 집 앞 골목길
부서진 심장 조각에 베인 가슴속 핏물 고일 적에도
끝내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렇게 따스하던 노을 속으로
듣지 못할 안녕이 메아리치던
그대 떠나는 날에
하늘은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