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의 역치

by rainon 김승진

행안부 자치인재원 지방의정연수센터, 올해 세 번째 출강.

<제1기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역량강화과정> 3일 차 오전 교육.


[생성형 AI 활용 연설문 등 작성법] 강의를 무사히 마치고 동두천으로 돌아가는 길.


익산역에서 용산역까지 KTX.


암 수술 후 회복을 핑계로 올해 들어서는, 완주까지 오가는 출강 길에 KTX를 이용한다. 그런데.


...... 돈 아깝다. 솔직히. 내겐 KTX는 사치품이다.


그런데 그보다는...


지금 느끼는 이 속도... 처음 KTX를 탔을 적에 감탄했었던 그 스피드가 아니다. 느리게 느껴진다.


이 미쳐버린 스피드의 시대에 어쩌면 점점 더 둔감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극에 대한 역치는 우상향 하니까.


그래서인지 더욱 옛날 열차가 그립다. 길게 나열할 것도 없는, 그 운치와 감성. 지금도 26년 전 여름, 밤중에 불쑥 서울역으로 달려가서 부산행 열차표를 충동적으로 끊었던 그날이 가끔 떠오른다. 홀로 바라보던 태종대의 여름 해돋이. 수평선 쳐다보며 홀로 삼키던 팩소주의 알싸한 향기. 그립다.


3월 13일 출강 때는 다시 무궁화호를 타야겠다.


열차 생각, 옛날 생각을 잠깐 하다 보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떠오른다.


<초속 5cm,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에는 열차가 자주 등장한다.(감독이 상당한 철도 마니아라고...) 중요한 감정선의 흐름과 변화에서는 어김없이 열차가 배경이다. 열차. 느리게 달리는 열차.


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다시 한번 봐야겠다. 이미 대여섯 번씩 본 작품들이지만... 그래도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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