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리지 않는 마음

by rainon 김승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에는 마음을 매달지 않는다>

수술 후 73일. 위 절제 후 첫 내시경 검사.

제대로 하지 않은 숙제를 검사받는 기분.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식이 조절을 한다고는 했지만)


암 재발은 없는지, 절제+문합 부위가 잘 아물었는지 확인.


통상적인 위 내시경 검사보다 까다로운 사전 조건.

전날 온종일 금식.


수술 직후 4일 동안 금식을 한 경험은 있었으나 그땐 대신에 영양수액을 맞았던 터라,

처음 해 보는 완전 하루 단식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침에 눈 떠 보니, 놀랄 정도로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진 것을 느꼈다. 단 하루 단식의 즉각 효과. 그러고 보면,


암은 내 스승님이다. 몰랐던 것을 깨우치게 하고,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았던 것을 실행하게 한다. 그래서,


한편으론 참 감사하다.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나는 술독에 잠겨 몸도 정신도 썩어가고 있었겠지. 암 덕분에 석 달째 금주 중.


일주일 후 내시경 검사 결과가 어찌 나올지...

걱정은 안 된다. 자신 있다는 게 아니라,


어떤 결과든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세상 일 태반은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고,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는 마음을 매달지 않는 것. 그걸 이제야 강렬하게 깨닫는다. 이것도,


암의 가르침이다.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는

마음을 매달지 않는 것.


<<이른 아침부터 국립암센터까지 태워다 주고 다시 집까지 데려다준, #GN시사신문 #정호영국장 아우님께 마음 깊은 감사! 이번이 벌써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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