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 만화였다. 제목이 '첼로'였던가, '첼리스트'였던가. 중학생 때였던가, 고등학생 때였던가...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내용은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딱 하나 마지막 광경만은 생생하다.
주인공 첼리스트가 중요한 무대에서 연주하던 중 줄 하나가 끊어진다. 그 찰나, 그녀는 당황하고 포기를 생각했지만... 결국 남은 줄로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 장면은 강렬한 낙인처럼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았다.
그로부터 20년쯤 지나 만난 한 토막의 글귀. 첼로가 바이올린으로 바뀌었을 뿐, 어릴 적 본 그 장면 그대로였다.
(이 단어를 함부로 쓰기에는 아직 이르고 조심스럽지만, 어쨌든 살아 있으니)
암 생존자가 되고 나서 이 글귀는 더 짙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하나가 아니라
이미 세 줄이 끊겼을지도 모른다.
내게 남은 바이올린 현은
이제 단 하나뿐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이미 연주를 시작했다.
끊어진 줄을 아쉬워할 시간은 없다.
남아 있는 단 하나의 현으로,
끝까지 소리를 내는 수밖에.
그게, 내 삶이다.
<어제 경기인재개발원 강연, 마지막 장표에 띄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