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by rainon 김승진

연속 300일 코앞에 다다른 하루 5분 일본어 공부.

한 토막이라도 일본말을 입 밖으로 꺼낼 기회는, 아마 없겠지 싶지만, 그냥 한다.

시간 쪼개기... 의 힘이라고 까지 할 건 아니고,

하루 5분씩 10분씩 잘게 틈을 내어 무언가를 이어서 하는 건, 자잘한 즐거움이다. 자잘하니까 부담이 없다.

소나기 쏟아붓듯,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그리고 일도, 한꺼번에 하나만 몰아서 전력 질주해야만 뭔가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그렇게 살아왔는데,

아프고 난 후로는, 음식만이 아니라 뭐든 조금씩 천천히 자주 씹게 된다.

하루 15분씩 책 4권을 동시에 넘기는 것도, 드라마와 애니메이션도 하루 딱 10분만 진도를 나가는 것도,

이제는 그 어떤 것이든, "나를 통째로 집어삼키게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의 발현이지 싶다. '잡아먹히고 싶지 않아.'

화면이 묻는다. "연속 학습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나는 답한다.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내일 내가 살아있을지 장담 못하는데."

스피노자의 말, 이제는 그 뜻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 것 같다.

내일 지구가 끝나건 말건, 오늘은 심고 보는 거다. 결국,

사과 꽃을 보지 못한다 해도, 사과 맛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사과나무 하나를 심었다는 것, 그 하나는 확실하니까, 지구의 종말도 그 사실은 지울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기억은 사라져도, 사실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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