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파오

제3화

by 김경숙

한 가지 참을 수 없었던 건 그녀가 내게 행하는 무례한 신체접촉이었다. 내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나를 휠체어에 앉혔다. 팔과 다리, 목까지 뻣뻣하게 굳어진 내 육신은 그녀의 팔 힘에 옮겨졌다. 체형에 비해 그녀의 팔 힘은 다부졌다. 그녀는 나를 욕실로 데리고 들어갔고 그녀의 거침없는 손길에 의해 빨가벗겨졌다. 나는 벗지 않으려고 저항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은 우우, 거리는 비명뿐이었다. 욕실 거울에 비친 내 알몸은 보기 싫을 만큼 앙상했다. 비누 거품이 묻은 타월이 그녀의 손을 통해 내 몸 구석구석을 더듬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이 내 양쪽 볼을 집게처럼 잡았다. 벌어진 내 입속으로 칫솔이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우우, 거리며 침을 질질 흘려가면서 이를 닦지 않으려고 저항했다. 턱이 쳐들린 상태로 나는 계속 우우, 거렸다. 우우, 거림은 내가 듣기에도 소 울음소리 같았다. 저항을 멈추지 않자 치파오가 내 등짝을 철썩 내리치며 쏘아붙였다.

“입 크게 벌려. 아휴 입 냄새. 떡이 진 머리 좀 봐. 얼마나 안 씻겼길래. 좀 얌전히 있어 봐. 착하지.”

내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치파오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나는 제어기랄, 하고 소리 질렀지만 내 입에서는 여전히 우우, 소리만이 음성 번역기처럼 새어 나왔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우우우, 거리며 항변을 멈추지 않았다. 여성의 손에 의해 말라비틀어진 내 몸이 무참하게 드러나는 것을 용인할 수 없었다. 나는 항변을 계속했다. 남성성을 지키려는, 자존심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한참을 기를 쓰다 체념이라도 하듯 부끄러움과 자존심이 솜처럼 가라앉았다.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몸을 맡기다가 대화하듯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우우… 전 카이스트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교수였습니다. 무슨 연구였냐고요? 바로 당신 같은 일을 하는 간병인 로봇을 만드는 연구였습니다. 인간의 존엄성. 인간은 존중받아야 한다. 환자도 존중받아야 하고 간병인도 존중받아야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듯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도 없다. 이제 그딴 감상적인 기대는 집어치우고 간병인 로봇을 만들자. 그런 의미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의 계기가 있었냐고요? 물론입니다. 제 아버지는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였습니다. 돌아가시기까지 이십 년을 누워 계셨죠. 저는 아버지의 모습을 외면하고 싶어 공부를 핑계 삼아 도서관과 연구실을 배회했습니다. 아버지가 내게 바라는 건 없었습니다. 단지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일 말고요.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편이 아버지를 위해서도 행복할 것 같았으니까요. 누워만 있는 삶은 의미 없는 일 같았습니다. 결국 제 마음이 편하자고 생각했겠지만요.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낸 적 있냐고요? 그럴 리가요. 제가 그만한 분별력도 없어 보이십니까? 그런 말은 속으로만 하는 것이죠. 인간은 스스로 씻을 수 있을 때 존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존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간병인 로봇만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주리라 확신했습니다. 물론 당신처럼 시키지도 않는 일까지 하는 로봇은 없겠지만요. 하하.

아버지는 촉망받던 화가였습니다. 병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삶 속에서도 붓을 입에 문 채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죠. 무엇이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었을까요? 어머니는… 어머니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간병인보다도 못한 아내였으니까요. 그래도 신혼 한때는 행복했을지도 모르죠. 아버지는 세계적인 화가였습니다. 아버지 그림이 지금도 경매를 통해 낙찰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의 병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행복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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