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내 임시 간병인 치파오는 부지런했다. 내게 지극정성으로 칫솔질만 해주는 게 아니었다. 매일 나를 씻겼고 내 머리까지 가지고 놀았다. 롯드가 내 머리카락을 세 바퀴를 돌았다. 삼 년 동안 자르지 않아 단발이 된 머리를. 나는 온순해졌다. 무력한 저항에 힘을 쓰지 않았다. 치파오의 무례한 행동에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머리에서 싸구려 약품 냄새가 진동했다. 치파오가 손거울을 내 얼굴에 비추어 주었다. 나는 우스꽝스럽게도 분홍색 헤어 캡을 쓰고 있었다. 내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치파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치파오는 휠체어에 앉혀진 나를 조심성 없게 마구 밀며, 가구 모서리를 쿵쿵, 부딪혀 가며 이방 저방 집 안의 구석구석을 탐색시켰다. 내가 얼마나 침대에만 누워 있었는지 내 집이 남의 집처럼 낯설었다. 치파오는 휠체어를 회전시키며 거실을 한 바퀴 돌았다. 거실 통유리 밖에는 나뭇잎과 잔디가 파랬다. 봄인가? 계절마저 낯설게 느껴졌다. 치파오는 주방을 한 바퀴 돈 뒤 내 서재 문을 열었다. 벽돌처럼 견고하게 채워진 책장을 둘러보며 치파오가 감탄사를 내질렀다. 나도 내질렀다. 내가 읽었던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아서였다. 치파오가 나를 밀며 아내의 방문을 열었다. 내가 쓰러진 후 아내와 방을 따로 썼기 때문에 나 또한 삼 년 만에 들어와 본 방이었다. 내가 한때 아내와 신혼의 단꿈을 펼쳤던 방이었다.
치파오는 푹신한 침대에 벌렁 누워 계란말이라도 하려는 듯 몸을 돌돌 굴렸다. 튕기듯 일어나 옷장 문을 활짝 열었다. 옷걸이에 걸린 아내의 옷을 이것저것 꺼내 마음에 드는 옷을 침대에 던졌다. 치파오는 아내의 감색 원피스를 입어보려는지 입고 있던 치파오를 벗기 시작했다. 내 앞에서 거의 알몸을 드러내며 옷을 갈아입었다. 엉덩이와 팔뚝 부분이 팽팽하게 늘어나 조금 조여 보였지만, 아내가 입을 때보다 더 잘 어울렸다. 치파오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화장대 앞에서 값나가는 향수를 뿌려도 보고 화장품 뚜껑을 이것저것 열어 보며 얼굴에 찍어 발랐다. 한참 멋을 내더니 아내의 보석함을 열어 자신 것인 양 이것저것을 대보다가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그제서야 내 존재를 의식한 듯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귀여운 것’ 하며 내 볼을 꼬집으며 키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