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치파오는 내게 소설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언제 내 서재에 들어가 책까지 꺼낸 것일까? 나무껍질처럼 까칠까칠한 중국 연변 특유의 음성으로 읽어주었다. 읽는 솜씨가 수준급이었다. 치파오의 어머니는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치파오가 읽어주는 소설을 자장가처럼 들으며 잠들곤 했다.
한날은 갑갑한 기분이 들어 눈을 떠보니 치파오가 내 손과 발가락에 붉은색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었다. 햇살로 눈이 부신 아침이었다. 내가 눈을 굴리자 잘 잤니? 라고 물었다. 치파오가 아내의 감색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깜박 아내인 줄 착각했다. 나는 대답 대신 창문 쪽으로 눈을 굴렸다. 치파오는 언제나 블라인드를 올려놓고 있어서 밝은 햇살이 창문 가득 비쳤다. 전에는 블라인드로 창문을 꽁꽁 가려놓아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치파오와의 아침은 새로운 아침 같았다. 치파오가 수다스럽게 앵무새처럼 조잘댔다.
“장밋빛 매니큐어를 칠하는 중이야. 이쁘게 칠하고 밖에 나가자. 좋지?”
치파오는 막무가내로 나를 휠체어에 태웠다. 치파오는 휠체어에 나를 태우고는 마구잡이로 밀며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쓰러지고 삼 년 만의 외출이었다. 치파오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햇살이 눈이 부셨다. 나는 햇볕에 널어놓은 빨래처럼 나무 그늘에 놓였다. 공원은 한산했다. 중년쯤 돼 보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중년 남자는 벤치에 홀로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체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노숙인이었다. 담배를 쥐고 있는 손이 더러웠고, 은갈치 색 양복 목깃이 빤질거렸다. 내 머리는 덜 익은 라면처럼 꼬불거리는 데다 손톱은 장밋빛으로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에 중년 남자도 내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를 구경했다.
치파오가 꼬불거리는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자기 지갑을 열어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를 셌다. 치파오가 나를 끌고 간 곳은 공원 근처에 있는 꽤 넓은 레스토랑이었다. 새로 개업한 레스토랑 같았다. 치파오는 창가 자라가 좋겠다고 목청껏 말했다. 점잖아 보이는 직원이 살며시 다가와 정중하게 말했다.
“예약된 자리입니다.”
우리는 구석진 곳으로 안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