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직원이 사라지자 메뉴판을 든 다른 직원이 다가왔다. 가격표를 한참 들여다보던 치파오가 양송이 스파게티 1인분을 주문했다. 2인분을 주문해야 한다고 말하자, 자신은 간병인이지 손님이 아니라고 했다. 양송이 스파게티가 나왔다. 치파오가 포크로 돌돌 말아 내 입에 넣어 주었다. 맛은 괜찮았지만 나는 조금만 먹었다. 접시에 남은 것을 치파오가 깨끗이 비웠다. 나는 아내가 생각났다.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마저 아내가 아닌 순자가 동행하다가 후에는 순자가 대신 가서 약을 처방받아 왔다. 치파오가 물컵을 엎질렀다. 동시에 포크가 바닥에 떨어졌다. 직원이 여러 번 왔다 갔다. 겨우 1인분을 시켜놓고 치파오는 눈치도 조심성도 없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예약됐다는 자리는 공석이었다.
레스토랑에서 나온 치파오는 곧장 집으로 향하지 않았다. 나를 데리고 지하철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아니지, 라고 나는 우우, 거렸다. 양송이 스파게티로 기운이 강경해진 치파오는 전철에 나를 실었다. 내가 교수로 근무했던 모교로 가는 방향의 전철이었다. 의도적인 행동은 아닌 것 같았지만, 나로서는 원치 않는 일이었다. 나는 몸을 비틀었다. 내가 삼 년 동안 방에만 있었다는 것을 치파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자포자기 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한철우 교수님! 맞죠? 한철우 교수님이….”
사람들이 나를 찍기 위해 휴대전화기를 들이댔다. 나는 어디라도 숨고 싶었다. 그 와중에 치파오가 창밖 풍경을 보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제발, 치파오.’ 나는 타는 목소리로 간절히 말했다. 물론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치파오가 사람들을 뚫고 다가와 나를 창 쪽으로 끌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