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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이 May 10. 2024

영이샘의 여주 역사여행길 1

 여주의 돌을 찾아 떠난 여행길 1편 . 여주 구석기 돌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여주에서 29년째 역사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영이라고 합니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근무지 발령을 받아 이동하기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여주에서만 계속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여주가 제 고향이냐구요? 그건 아닙니다.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발령받고 부동산에 가서 처음 들어본 지역이었습니다. 


낯선 여주에 와서 외롭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할 때마다 여주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여주는 신륵사와 영릉만 있는게 아니었어요. 곳곳이 문화유산이고 자연유산이더라구요. 제가 몰랐던 곳을 갈때마다 그리고 그 가치를 발견할 때마다 여주가 점점 더 좋아졌지요.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저의 가족이 있는 도시로 나가려는 것을 포기하고 여주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보면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사건과 인물을 다루게 됩니다. 아마 학생뿐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그런 역사를 배웠고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다 보면 역사는 나와 거리가 먼 옛날 이야기일 뿐이고 나와는 다른 훌륭한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때 저의 해답은 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지역의 역사였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그 역사의 현장이 우리 주변에 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그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역사는 내 주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지역의 사람들이 여주의 역사를 만들었듯이 우리가 이 지역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다." 저는 여주의 현장을 다니면서 발견한 여주의 가치를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어른들도 알게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과 동료교사들과 꾸준하게 여주를 다녔지요. 


올해 저는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여주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주를 돌아보는 일이지요. 어떤 주제로 돌아볼까 생각하면서 나를 여주에 살고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자연, 역사, 사람’ 이 세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이 세가지 키워드로 지난 30여년간 알아왔던 여주를 다시 새롭게 만나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저는 ‘돌’을 주제로 여주를 돌아보았습니다. 갑자기 왜 돌을 골랐을까요? 지난 겨울에 연천 전곡리선사유적지 박물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박물관은 그 유명한 전곡리 주먹도끼가 발견된 곳에 세워진 박물관이지요. 연천은 이 돌 덕분에 박물관도 세우고 구석기 축제도 엽니다. 물론 교과서에 등장할 만큼 나름 유명한 유물이긴 해도 작은 돌 하나를 매개로 축제며 박물관이며 이런 다양한 문화컨텐츠가 가능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게 놀라웠습니다. 


 문득 우리 지역에도 선사시대 돌이 어디엔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번 찾아봐야겠다 했습니다. 여주도 구석기시대부터 역사가 시작되고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강이 있는 곳이니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지요. 여주는 모두 5곳의 구석기 유물 출토지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여주 연양리 구석기유적은 여주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발굴조사가 실시된 유적이며, 다수의 구석기시대 유물들이 발굴된 곳입니다. 지금은 아파트가 조성되어 현장에 찾아갈 수는 없었지만 발굴된 유물은 현재 여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여주 박물관에 전시된 연양리 구석기 유물

여주박물관에 전시된 선사시대 돌들을 들여다보면서 ‘이 돌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선사시대 돌들을 보면 언뜻 깨진 돌을 우연히 주운게 아닌지, 그냥 대충 깨서 만든거겠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돌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돌들을 들여다보면 당시 사람들의 고민이 보입니다. 돌이 도구의 전부였던 시절에는 어떤 돌을 사용하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거지요. 그래서 이 돌들은 그 시대 사람들이 돌을 유심히 관찰하고 무수히 깨보면서 고민하며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제가 어려서 공기놀이를 할때 공기는 지금처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돌을 주워서 했어요. 비석치기도 마찬가지로 돌을 주워서 했구요. 자연히 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적당한걸 골라야 놀이에서 이길 수 있었지요. 맘에 드는 돌이 없으면 당연히 이리저리 깨서 적당한 모양을 만들기도 했구요. 

연양리 구석기 돌로 된 유물 사진 (출처: 여주 시사)

저는 박물관에 전시된 돌을 보면서 '세상을 바꾼것은 결국 관찰의 힘이구나. 돌 하나도 거저 얻어진게 아니라 무수한 실패끝에 얻어진 것이었구나' ' 아무리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것에도 그런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만들었던 그 시대 사람들들에게 묻고 싶어졌습니다. "이 돌은 어디서 주웠나요? 얼마의 도전끝에 만들었나요? 써보니 어땠나요? 만드는 비법을 알아내셨나요?" 돌이 저에게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여러분도 여주박물관에 가서 돌을 보면 그냥 지나쳐 가지 말고 아주 먼 옛날 여주 강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떤 답을 들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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