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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역사여행길.학교나무(1) 여주향교 향나무이야기

by 이영이

2년 전 제가 근무하는 상품중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기념행사를 했습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동창들이 모여서 기념식수를 하는 것이었는데요. 기념식수야 일반적인 행사에서도 많이 하는 것이라 뭐 특별한 것도 없었겠지만,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것이 나무라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먼 옛날에도 학교를 만들면 나무를 심었겠지요. 그래서 여주의 오래된 나무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학교의 나무들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옛 학교에 많이 심어진 나무는 향나무입니다. 이는 유교적 풍습과 관련이 있습니다. 요즘 학교는 수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면 조선시대 학교는 수업하는 강학 공간 이외에. 유교 성현에게 제사 지내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KakaoTalk_20240615_140152416.jpg 여주향교 명륜당과 뒷편 대성전

이처럼 제사가 필요한 서원 혹은 향교 등에는 향나무를 심어 특별히 가꾸어왔습니다. 고목 향나무 줄기에서 향내가 강한 속 부분을 작은 토막으로 잘라내 베로 싸서 보관해 두었다가 제사를 지낼 때면 향나무 토막을 얇게 깎아내어 불씨 담은 향로에 올려 사용했다고 합니다.

KakaoTalk_20240615_140152416_02.jpg 여주향교의 나무들

여주 교동에 있는 여주향교에는 이름과 묘하게 어울리는 멋진 향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향교는 조선시대에 공립학교로 지금의 중고등학교 수준의 학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종중학교에 근무할 때 학교 주소가 교리라고 되어있는데 왜 동네 이름이 교리인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가까이에 여주향교가 있다는 걸 알고는 아 그렇구나 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지역에서 교동, 교리, 교촌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는 근처에 향교가 있는 경우입니다.


여주향교는 원래 상리 마암(馬巖) 근처에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타버린 후 1685년(숙종 11) 여주읍 홍문리에 다시 건립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변 주민이 자주 괴질에 희생되고 또 지세도 상서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어 현재의 위치인 교동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위치도 무덤의 위치만큼이나 명당이나 좋은 장소를 고려한 거죠.


볕이 잘 드는 나지막한 언덕에 강학하는 공간인 명륜당(明倫堂)이 보이고, 그 뒤로 제사 공간인 대성전(大成殿)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 구부러진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오래된 향나무가 보입니다.

KakaoTalk_20240615_140152416_01.jpg 여주 향교 향나무

쭉 뻗은 주변의 큰 나무와 달리 구부러진 향나무를 보니 나이 드신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시 학생들도 이 나무를 보면서 스승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예를 표하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을 해 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생과 교사간에도 상호존중이 사라져가는 요즘 현실이 떠오르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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