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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이 Jun 25. 2024

여주역사여행길- 학교나무(2) 대로사 은행나무 이야기

향나무 이외에 학교에 많이 심은 나무는 은행나무입니다.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행단(杏檀)을 상징하여 조선시대 성균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교에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오래된 은행나무로 둘러싸인 대로사를 찾아갔습니다. 


대로사(大老祠)는 1785년(정조 9) 영·녕릉을 참배하러 여주에 행차한 정조가, 대학자이자 정치가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을 제향하기 위해 지은 곳입니다. 1871년(고종 8) 흥선대원군이 전국의 서원을 철폐할 때도 그 대상에서 제외될 정도로 나름 위상을 지닌 곳입니다. 


다만 명칭만은 강한사(江漢祠)로 개명하였는데, ‘강한(江漢)’은 중국 양자강과 한수(漢水)의 인근지역을 일컫는 것으로, 강한사가 위치한 여주가 이들 지방처럼 풍광이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라고 합니다. 강변에 위치한 건물에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대로사 모습


저는 학생들이나 교사들과 함께 대로사를 방문하면 강당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뒤에서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주변이 은행나무로 채워진 풍경이 좋아서입니다. 늦가을 온통 노란잎으로 물든 은행나무의 모습에 저절로 탄성이 나왔던 곳입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가끔씩 창밖으로 하늘을 보기도 하고 나무도 보면서 숨통을 틔웠던 경험들을 누구라고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런 공간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면 공부가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을테지요. 

대로사 강당모습

뉴질랜드에 갔을 때 ‘나무보험’이 있다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 몫으로 나무를 한 그루 산다고 합니다. 나무가 크면 목재로 팔게 되고 그 돈이 아이 학자금으로 주어지는 방식의 보험인데요. 나무를 심어 공기도 좋게 하고 아이한테는 필요할 때 돈을 주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보험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학교에 심은 나무가 바로 그런 보험이지 않을까 합니다. 내 아이만을 위한 보험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보험이죠. 예전 누군가가 심었던 나무가 힘들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한숨 돌릴 수 있는 숨구멍이 되었을 겁니다. 운동장에서 뛰다가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면서 친구들과 웃게 할 수 있고요. 가을이면 나뭇잎을 책 속에 꽂아 추억을 만들게도 할겁니다. 

대로사에 심어진 은행나무

정혜윤 작가의 「슬픈 세상에 기쁜 말」 책 속에 정년퇴직 후 꽃과 나무를 심는 엄마 아빠의 사연이 나옵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무를 심으려는 아빠에게 딸이 묻습니다. 

"나무들을 초등학교 운동장에 심어주려고" 

"왜?“

"애들이 축구하다가 나무 그늘 아래서 땀도 식히고, 선생님한테 야단맞으면 나무 뒤에 숨어서 울기도 하고 친구랑 싸워도 나무에 기대면 좋쟎아. 아무리 서러워도 어디 기댈데가 있으면 눈물은 그치게 돼 있어" 

학교에 돌아가면 아이들과 나무를 심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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