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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이 Jul 24. 2024

여주역사여행길-북내면 중암리 고려백자가마터 이야기(2)

막상 현장에 갔는데 가마터 내부를 볼 수 없어 아쉬울 수 있으나, 저는 가마터를 보는 것 못지않게 이곳에서 주변 지형이나 환경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을 확인해보면, 왜 이곳에 가마터가 만들어졌는지, 더 나아가 여주가 왜 도자기가 유명했는지 쉽게 이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주변 선생님들과도 중암리 가마터를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현장 답사를 하고 나면 한결같이 자료에서만 보던 내용이 쉽게 이해가 된다고 합니다. 


도자기 생산에는 중요한 조건이 네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 흙입니다. 고려하면 으레 청자를 떠올리는데 왜 중암리는 청자가 아닌 백자 가마터일까 궁금했습니다. 도자기는 중요 원료인 태토가 중요한데, 특히 여주는 백토가 풍부해 고려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백자에 대한 제작 활동이 활발하였다고 합니다. 

가까운 곳에 도자기 흙이 많이 생산됐다는 싸리산을 찾아가 봤습니다. 고령토를 캔 흔적이 산 한쪽 면이 낭떠러지가 될 정도로 움푹 파여 있고, 골짜기를 이룰 정도로 꽤 넓었습니다. 


둘째, 불입니다. 즉 충분한 땔감이 필요합니다. 중암리 가마터 근처를 보면 소달산을 비롯한 주변의 야산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여주에서 도자기 가마터가 밀집 분포하는 곳은 도전리, 중암리, 상교리 등 주로 동북쪽인데, 이곳은 해발 200-00미터의 옥녀봉, 보금산, 소달산 등이 솟아 있는 산간 지역입니다. 

    

셋째, 운반입니다. 도자기 자체를 생산할 때도 물이 필요하지만, 운반에도 하천을 이용한 교통편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중암리 유적 앞으로 완장천이 흐르고 있고, 이는 다시 금당천을 통해 남한강과 만나게 됩니다. 현장에서 보고 난 뒤에 지도로 확인하니 그 내용이 이해됩니다. 

중암리 가마터 근처 지형(산과 하천이 보인다)


네 번째 수요입니다. 가마터 근처에 있는 소달산 흥왕사 이외에도 멀지 않은 곳에 고달사, 법천사, 거돈사 등 남한강 주변으로 큰 절이 많았습니다. 선종 불교와 함께 발달한 차 문화의 번성은 도자기 수요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중암리에서 발굴된 유물 중에는 차를 마시는 그릇으로 사용된 ‘완’이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많은 양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출토된 유물 대다수가 ‘갑발’을 사용하여 제작된 고급자기라는 것입니다. 갑발(匣鉢)은 자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보호 용구로 상품의 자기를 생산하는 가마터에서는 나오는데, 고려 시기 승려의 사회적 지위를 보면 고급 자기의 수요가 충분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갑발/ 갑발을활용한 도자기 굽는 방식

여주의 대표적 특산물 하면 대부분 사람은 ‘쌀, 도자기, 땅콩, 고구마’ 정도를 이야기합니다. 왜 유명한지 이유를 물어보면, 쌀과 같은 농산물은 여주의 토양과 기후가 적절하니 그렇다고 쉽게 답했습니다. 그런데 도자기는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젠 어느 정도는 답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가 친척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하는 것도 도자기이고, 기회가 되면 도자기 축제도 소개하고 방문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여주에 살면서도 정작 여주 도자기의 역사나 현황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문구가 떠오릅니다. 여주 도자기가 달리 보이기도 하고, 도자기 산업 현황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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