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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23. 2023

27. 거북이에게 토끼란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다고 말한 것은 정말 적절한 표현이라고 느끼게 된다. 

먼저 서둘러 달리다가 보면 끝까지 완주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왜 이렇게 늦게 깨닫게 되는 걸까?

일상의 조급함으로 제대로 옆도 살펴보지 못한 저마다의 성급한 달리기는 언제나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한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종종걸음이 뭐 그렇게도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의 민족이라고 한다. 

아이스커피의 얼음도 우저우적 깨 먹어야 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허겁지겁 달려서 오르는, 끼니조차 잊고 뭐 급하지도 않은 일상 속으로 달려드는 우리의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모두 그러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늘 한발 먼저 달려가고 있었고, 모두의 발걸음에 맞추다가 자신만의 페이스를 잃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우리는 안주할 수 없었다.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를 거치며 속도는 생존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느린 삶의 미학을 강조하고, 뒤처지고 지친 우리를 지탱해 주는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는 거북이의 승리로 마무리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부지런하게 느리게 가는 삶의 방식으로 어떻게 이 험난하고 빠른 변화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애당초 삶의 성공을 속도에 둔다면 누군가의 1등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삶은 언제나 2등일 수밖에 없다. 

1등만이 아닌 모두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토끼와 거북이 경주의 결말은 달라져야 한다. 

토끼는 쉬지 않고 달려 1등을 하고 거북이는 자신의 속도로 2등을 해야 정상적인 것이다. 

대신 그 경주의 끝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그 승부의 과정을 재평가해야 한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에서 본 것들을 설명해 보세요’     


앞만 보고 달여온 토끼의 삶, 그 눈에 담겨 있는 풍경은 무엇일까 하는 답변은 무의미하고 허무한 넋두리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삶 자체가 가져온 본질에 대한 것이어야 하며, 그 해답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초라한 것일까?


우리는 과정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느린 걸음으로도 다다를 수 있는 성취의 끝은 아름다울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걸어갈 수도 있고, 잠시 쉬면서 인생의 방향을 재점검할 수 있고, 혹은 속도와 상관없는 삶의 행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함께 가면 좋겠다. 느린 걸음도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거북이에게 토끼란      


         

졸린 눈 비비며      

걸어간다 뛰어간다     

     

아침 해보다 길고 긴     

토끼 발자국 따라서     

오후 내내 흘린 땀보다 굵고 굵은      

앞다리 뒷다리  

         

쉬이 쉬이     

숨도 아껴서     

뛰어간다 기어간다      

    

요놈 토끼야     

깨지 마라 쿨쿨쿨     

너는 자는데 내가 바쁜      

아무도 아직도 모르는 비밀   

  

나는야 달팽이에게 토끼야 토끼






*작품 소개 


동물은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이솝우화나 다양한 동화, 만화, 영화에서 동물들은 아이들의 친구이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 같은 존재입니다.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감수성이 발달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이 동시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느림보 거북이가 게으름을 피우던 토끼를 이기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훈이 됩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토끼가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라면 절대 방심하지 않을 거야’, ‘이 경주는 불공평해. 토끼랑 거북이는 사는 곳이 다른데 이런 달리기 시합은 다시 해야 해.’ 등등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동시에서는 기존의 이야기와는 다른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느림보라고 생각하던 거북이가 사실은 달팽이에게는 토끼처럼 빠른 존재라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빠른 토끼 뒤를 쫓아가는 거북이 뒤로 더 느리게 기어 오고 있는 달팽이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바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동시가 나올 수 있습니다. 동화책을 꺼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 창작 아이디어


우리가 많이 읽고 있는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을 재미있는 동시로 써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흥부가 박을 타는 장면을 재미있는 의성어를 넣어 동시로 만들어 보고, 토끼가 거북이에게 간을 달라고 하는 별주부전의 이야기를 바꿔 상상해 보고, 백설공주와 난쟁이들의 이야기를 우리 반 친구들의 이야기로 만들어 보고, 알라딘의 마법램프를 가지고 마음껏 상상해 보는 동시를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한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새로운 창작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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