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채색 개발자입니다.
지난 글에서 설비 엔지니어 시절의 답답함과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를 들려드렸는데, 오늘은 실제로 어떻게 전향했는지, 그 과정에서 겪었던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가감 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개발자 전향"이라고 하면 성공 스토리만 떠올리시는데, 저는 그 과정에서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2024년 4월, 드디어 퇴사 결심을 굳혔습니다. 주변에서는 "미쳤다", "안정적인 직장을 왜 때려치우냐"는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솔직히 저도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10년 후에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만 하고 있는 제 모습이었습니다.
4년 반 동안 2차전지 설비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불량률 측정, 20년째 변하지 않는 업무 방식, "원래 그래"라는 답변들... 그 답답함이 저를 개발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우리금융그룹 FISA 아카데미 6개월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Java부터 다시 시작해서 Spring, React, 데이터베이스 설계까지... 정말 살면서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새벽 2시까지 코딩하며 "이번에 안 되면 정말 끝이다"는 절박함으로 버텼습니다.
하지만 6개월 공부로는 현실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예전에는 기본기만 있어도 스타트업에서 바로 실무 투입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고용 시장 위축으로 채용 자체가 줄어들고, CS 전공자들까지 대거 몰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신입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정말 높아졌습니다:
API 개발 및 설계 능력 (RESTful API 설계부터 문서화까지)
Java에 대한 깊은 이해 (람다, 객체지향 원리, JVM 동작 방식)
데이터베이스 (쿼리 최적화, 인덱싱, 정규화 이해)
클라우드 배포 (AWS EC2, RDS, S3 실제 운영 경험)
전반적인 웹의 흐름 (프론트엔드부터 인프라까지)
추가 요구사항 (Docker, CI/CD, 대용량 트래픽 처리)
6개월 과정으로는 이 모든 걸 깊이 있게 다루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요구하는 게 많아져서 결국 기업들은 이런 걸 실제로 해본 '중고 신입'들을 뽑더라고요.
그럼에도 포트폴리오를 들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매일 채용공고를 찾고, 지원서를 쓰고, 코딩테스트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서류 탈락" → "코딩테스트 불합격" → "기술면접 탈락"
가장 괴로웠던 건 전공자들과의 격차였습니다. 4년간 CS 이론부터 차근차근 배운 사람들과 6개월 속성으로 배운 제가 같은 선상에서 경쟁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기술면접에서 "이 기술을 실제로 써보셨나요?"라고 물으면 "프로젝트에서만..."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고, 깊이 있는 질문에는 답변이 막혔습니다.
하지만 매번 코딩을 할 때마다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구나.'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고, 버그를 해결하고, 더 나은 코드로 리팩토링하는 과정이 힘들어도 즐거웠습니다. 설비 엔지니어로 일할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성취감과 성장 가능성을 매일 체감했습니다.
무엇보다, 개발 세계는 계속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게 매력적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시도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나가는 이런 순환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지인을 통해 '아이티무유'라는 회사를 알게 됐습니다. 다행히 제가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이 그들이 원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졌고, 지금 이곳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300번의 거절도 모두 필요한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각각의 면접에서 부족한 점을 알게 되고, 더 공부할 동기를 얻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비전공자가 6개월 과정만으로 취업하기는 정말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충분한 준비와 현실적인 기대치 조정이 필요합니다.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스펙을 가진 분들은 하루 3시간 자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같은 캠프를 나온 고대 출신 동기는 이미 충분히 좋은 스펙인데도 "아직 부족하다"며 밤낮으로 코딩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더라고요.
이런 사람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게 현실입니다. 그 정도 각오와 체력이 없다면, 솔직히 개발자라는 길 자체를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이 아니면 언제?"라는 절실함이 있다면, 도전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갈 길이 멀고, 매일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10년 후에도 똑같을까?"하는 두려움은 없어졌습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변화를 원하는 모든 분들께 행운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앞으로 개발자로서의 일상, 배운 것들,
그리고 여전히 부딪히고 있는 현실들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