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자의 언어

by 선일

유난히 잠 못 드는 밤들이 있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거나,

억지로 잠자리에 들었거나,

생각이 너무 많거나,


그리고

함께 자는 사람이 심하게 코를 골거나.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한 달에 코 고는 일이 세 번이 채 되지 않는 사람인데

그날만은 베개를 흔들어 봐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코골이가 심했다.


깨우기에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내가 잠들기에는 신경 쓰이는,

거친 들숨과 날숨이 초침소리 마냥 일정하게 박자를 갖추기 시작하면

그것을 의식한 나는 더더욱 수면과 멀어져 갔다.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던 중 이렇게 생각해 봤다.

'코골이는 어쩌면 잠든 자의 언어가 아닐까?'


"나 오늘 힘든 날이었어", "정말 피곤한 날이야, 쉬고 싶어"

라는 말을 잠이 들었기에, 코골이라는 잠든 자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버틸만해졌다. 그리고 안쓰러워졌다.


이날 이후 옆에서 코를 골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날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만다.

(물론 너무 말이 많아지면 베개를 툭 치고 모른 척한다)


글을 쓰는 순간 하품이 하염없이 나오는 것을 보니

미안하게도 오늘 밤 잠든 자의 언어를 내뱉을 사람은 내가 될 모양이다.


부디 나의 들숨과 날숨이 격하더라고 이해해 주길.

잠든 자의 언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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