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을 할 수 없다.
이 사회에서 ‘말’은 권력이고, 허락이며, 자격이다.
내겐 아직 그것이 없다.
이곳에선 말을 하려면 반드시 ‘카드’가 필요하다.
카드는 곧 발언권이자, 존재의 증명이다.
카드가 없는 사람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입 모양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허가된 발화만이 의미로 인식된다.
모든 아이들은 열다섯이 되면
‘인간능력 자격평가’를 치른다.
문자를 읽고, 논리적으로 말하며, 이 사회가 요구하는 형식에 맞춰 언변을 펼칠 수 있는지 시험받는다.
이 시험에 합격해야만 카드를 받을 수 있다.
매년, 오직 1,000명만이 자격을 얻는다.
1계급은 단 한 명. 그는 곧 이 세계의 길이 된다.
2계급은 199명, 고위 정책의 입안자.
3계급은 300명, 해석가.
4계급은 500명, 전달자.
그 밖의 사람들은 자격을 얻지 못한다.
네모난 공처럼, 굴러가야 마땅하나
구르기엔 단단하여
사각지대에 머무르고 눕는다.
나는 그 네모난 공 중 하나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간다.
카드 없는 자는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엇도 바꿀 수 없다.
살아남으려면 먼저 인사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소리 내어 웃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다.
시선은 아래로, 발소리는 조용히
공기처럼 희미해질수록 살아남기 수월하다.
1계급의 언어는 곧 길이다.
그가 말하면 법이 되었고,
그의 목소리는 수천만 개의
스피커를 타고 퍼져나간다.
내 몸을 감싸는 공기조차
그의 말씀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끔은 소리를 흉내 낸다.
벽 뒤에서 입만 뻥긋이며
누군가의 말소리를 베낀다.
입술의 떨림, 혀의 굴절, 숨의 박자.
어쩌면 문법 없는 기도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내 뒤를 돌아봤고, 눈이 마주쳤다.
얼어붙은 채, 그들도 나를
인식하지 못한 듯 고개를 돌렸다.
나는 들리지 않는 언어로 시를 쓴다.
벽에 손톱으로, 바닥에 발뒤꿈치로,
심지어 내 손가락 뼈로 모래바닥을
긁으며 한 글자씩 남긴다.
그저 씹는다.
말을 하지 못하는 내가 이빨은 있다.
이 세상은 정해진 언어와
자격으로만 존재를 허락한다.
틀에 박힌 반항아는 불량스럽기만 하여 꺼린다.
나비의 날갯짓은 예측 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