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넘겨지지 않는 삶의 페이지
두바이 쫀득쿠키
봄동 비빔밥
버터떡
낯부끄러운 여인들까지
쉽게쉽게
넘겨봅니다
삐걱,
뻐근한 엄지를 잠시 멈추고
70점짜리 시험지
불합격 통지서
텅 빈 잔고
그대
왜 나는 쉽게 넘겨버릴 수 없을까요
뻐근한 눈을
꿈뻑
다시
두, 봄, 버-
침대에 누워 무의미하게 스마트폰 액정을 밀어 올립니다. 화려한 색감의 두바이 쿠키, 제철을 맞은 봄동 비빔밥, 탐스러운 버터떡... 세상의 유행과 타인의 먹음직스러운 일상들은 엄지손가락 하나로 참 쉽게도 넘어갑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매끄럽던 액정 위로 둔탁한 마찰음이 들리는 듯합니다.
기대치에 못 미쳤던 70점짜리 시험지, 차갑게 날아온 불합격 통지서, 숫자보다 공백이 더 많은 통장 잔고. 그리고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고여있는 '그대'라는 이름까지. 남들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갈 데이터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결코 쉽게 넘겨지지 않는 삶의 파편들입니다.
뻐근해진 엄지를 멈추고 눈을 꿈뻑여 봅니다.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 다시 '두바이 쿠키'의 세계로 도망치듯 손가락을 움직여 보지만, 이미 마음의 온도는 씁쓸한 피스타치오처럼 떫어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잊기 위해 이토록 열심히 화면을 넘기고 있는 걸까요. 넘겨지지 않는 페이지 앞에 멈춰 선 당신의 뻐근한 밤을 응원하고 싶어지는 새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