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였을까요
벽을 느꼈죠
범접할 수 없는,
벽은 아무런 말하지 않았고, 그냥 웃고만 있었죠
웃음이었는지, 비웃음이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아요
저녁도 먹지 않은 채
벽과 대치하고 있었죠
벽 속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았어요
스며들 수도, 부술 수도 없는 벽
벽 속으로 아픈 왼손을 깊숙이 담가 보았어요
손은 어디에도 닿지 않았고
강한 부력이 손을 밀어내고 있었죠
벽은 밀다가, 또 손을 잡아당기고 있었어요
그것이 밀어내는지, 잡아당기는지
도무지 벽 속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왼손을 벽 속에 넣은 채
얼굴을 벽 가까이 가 보았어요
벽 속 누군가에게 다정한 척해보려는 거였죠
내가 벽을 느꼈던 만큼
벽도 나를 느꼈을까요
벽 속에서 모르는 맛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어요
흘러나오는 것인지, 스며들어 가는 것인지
정확하지는 않았어요
왼손을 잡아당기는 것이
진실이었는지, 가식이었는지, 아니면 거짓이었는지
여전히 벽 속을 가늠하기는 어려웠어요
자정이 되어서야 벽이 녹아내리고 있었어요
벽 속 누군가를 보기 위해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아픈 왼손을 벽 속에 넣은 채
밤을 꼬박 새울 수밖에요
새벽녘 벽이 거의 녹아내렸고
벽 속엔 누군가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벽 속에서 잠시 자유로워진 나는
어제저녁을 아침으로 먹고
밤새 녹아내린 벽을 털어내며
또다시 어제로 출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