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 싸인이 나면 숨을 죽여야 한다
바스락 소리에도 꿈틀 않고
소롯소롯 팔뚝에 소름 돋는 초침에 맞춰
나지막이 호흡을 가다듬고
지루한 식은땀을 훔치며 가시거리 너머의 공간을 탐색해야 한다
떨어지고 싶은 나뭇잎은 있다
이파리가 가지를 꼭 잡고 있는 것은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다
나뭇잎은 가슴에 늘 중력의 욕망을 숨기고 산다
천 번의 고민을 거쳐야 떨어질 수 있다
천 개의 세상을 달리 관망하고 싶은 것이다
떠 돌아다니는 시공의 간섭은 투시하고
휘몰아치는 먼지바람도 견뎌내고
비록 고엽이 될지언정 초록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는 것이다
순간을 읽어내야 한다
고엽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어야 하는 운명을 이해해야 한다
고독한 손발을 지닌 생명이
손을 위로 펼칠 것인지
발을 옆으로 뻗칠 것인지
그 밤(夜)처럼 깊숙한 시름을 읽어내듯
어둠 안의 나를 어둠 밖의 내가 관찰하듯
이마에 몽글몽글 사선으로 난
한평생 살아온 잎맥을 잘 포착해야 한다
202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