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바위너설을 따라
검은 뿌다구니가 뾰루지처럼 돋는다
뿌다구니를 밟을 때마다
직박구리 울음이 오래된 메트로놈 소리를 낸다
앞마당 낯익은 회화나무
가지에는 옹두라지가 맺히고
돌담을 살금 기웃거리는 담쟁이의 궁금증에
250년 넘게 묵은 추억을 쏟아낸다
돌담길 구불구불 쓰다듬으면
향긋한 바람은 나를 이끈다
하늘과 바다와 땅이 만나는 그곳에 서서
바다에서 방금건진 뭉게구름을
한 줌 하늘에 뿌려두면
한나절 햇살에도 잘 익는 노을
너럭바위 너머로 밀려드는 너울의 마음도 붉힌다
허기진 어선은
곱게 깔린 노을길 따라
깔ㅡ깔ㅡ깔ㅡ깔 거리며 야간조업을 나선다
물질하는 아낙의
가슴만큼 애닳은 어린 물고기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고
고질적인 불면증은 잠을 청한다
불면증으로 청한 꿈속에서
풍어를 예감하는 윤슬을 만난다
202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