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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캐슬 Nov 29. 2023

운명교향곡


그날 붉디붉은 노을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운명은 가만히 바다를 두드린다*
바다는 농인聾人도 들을 수 있는
침묵의 소리로 크게 헛기침을 한차례 하고
소나타를 시작한다

거만한 너울이 해안가로
사분음표, 팔분음표들을 몰아오자
파도는 곧장
거뭇한 모래톱으로 음표들을 정돈한다

가끔!
풍랑이 오선지를 흔들 때마다
우수수 자맥질하며 추락하는
바이올린의 포말泡沫들
바다제비는 쏜살같이 달려가
풍랑을 달래 본다

물결과 풍파가 부딪힌 불협화음 
노랑부리백로가 매끄럽게 조율을 한다
갯바위 군데군데
해파海波가 할퀸 쓰라린 상처
그것 조차
살갑게 애무하는 나그네 갈매기의 카덴차

태풍도 오선지 위에서

다스릴 수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바다는

운명교향곡을 짓는다

*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에서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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