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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계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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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캐슬 Jan 20. 2024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봄 보다 먼저 온 꽃이 반갑다

시장한 벚나무 가지 사이로

꽃망울은 바람처럼 다소곳이 내려앉아

들뜬 하늘을 수놓고 있다


숨죽인 하늘

꽃의 내음 따라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부딪치면 오히려 따스한 기운이  목덜미를  감싸는
봄바람을 만나고 싶다

하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뱅글뱅글 함께 거닐고 싶다

봄볕에 그을리게 되더라도
볕과 마주하고 파란 잔디 위에 한참을 누워있고  싶다

그러다
졸음이 오면 친구 무릎, 베개 삼아 잠시 잠들고 싶다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푸른 잎이 속살을 내밀면

잔디 위에서 뒹굴어도 보고

어릴 적 했던 숨바꼭질과 치기 장난도 하며 고 싶다


그러다

땀이 나면 고스란히 바람에 얼굴을 내밀어

날려가게 하고 싶다

말이 없어도 되는 친구와

볕 따사로운 벤치에 나란히

한참을 앉아있고 싶다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밑이 훤히 보이는 개울가에 가서 그 흐름을

넋 놓고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


서로 맞부딪치며 내는 바람소리에 집중하며

머리를 휘날리면서

먼 하늘과 땅을 보며 그렇게 달리고 싶다


그러다 문득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면

그를 향해 조용히 혼잣말로 말하리라

'이 봐요...

인생은 참 아름답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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