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벅이는 눈꺼풀 따라 열길 벼랑이
숨 고르는 시늉으로 햇살을 삼키고
꿈틀꿈틀 해무의 아우라 쏟아낸다
손차양으로도 가릴 수 없는 강직
허공을 향한 광합성에 피부는 파랗게 익어가고
일렁이는 심장은 망막에 잔상으로 자리 잡는다
봄 바다가 웃는다
흰긴수염고래의 자맥질에
바닷길마다 토해내는 파도의 숨비소리
가슴 깊숙이 손을 넣어도 만져지지 않는 고래의 흔적
가없는 벽이라도 만질라치면
이내 뒷걸음치는 물과 허공의 경계
물속에선 진화한 언어가 생성되지만
전달되지 못한 말들이 시공을 교란한다
아스라이 주름진 풍랑들
살포시 그 끝을 잡아 주름을 펴고서야
과거와 미래는 현재와 수평을 유지한다
물안개에 잠긴 푯대가 어슴푸레할 즈음
수평선을 잡으면
순식간 파장을 맞춘 심장은 다시 뛸 수 있고
진화된 언어는 자세를 잡고 수평선에 도달한다
바다의 소리는 촘촘한 그물코로 순식간에
해무의 꼬리를 낚아챈다
수평선은 수평을 유지하고
바다가 다시 웃는다
물속을 잠행하는 구름이 저녁을 채비하고
잠깐 졸음을 뿌려대는 물보라도 꿈에서 나이테를 만든다
그 바닥에 등을 기대면 윤슬은 구들장처럼 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