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는 두 그루의 나무만 있어요
마지막 이파리에도 가을이 방금 지나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얼기설기 엮은 가지 사이로
구름은 괜스레 딸꾹질을 해요
신작로를 사이에 두고
계절이 예전 같지 않음을 설명하는 나무와
계절이 예전 같음을 설명 듣는 나무
둘 사이의 거리는 포물선이에요
이차함수에 따라 두 나무 사이의 거리가 결정됨이 애석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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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 공식으로는 거리는 멀어져요
관계를 유지하려면 결이 다른 한결은 의미가 없어요
마음을 늘여야 합니다
이파리가 풍성할수록 가까워지는 관계
흠결이 줄어드는 방정식
나무의 시간은 짧을수록 나이테를 조이고
둘의 마음은 수직으로 문을 닫아요
나무 사이의 거리는 빠르게 달아나요
남은 계절의 흔적과 새로운 계절이 뒤섞이면
풍경은 조급해지고 인과성도 흐려져요
아침 뉴스마다
이번 겨울에는 거리가 더 멀어진다는 일기예보가 나와요
겨울이 더 짙어질수록 거리는 멀어져요
봄이 온 적도 있었어요
햇살보다 긴 가을은 나무 사이의 긴장을 풀어요
다시 봄은 오겠지요
야생의 발톱은 다시 침묵을 깨고
신작로에 마주 선 나무를 치밀하게 조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