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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계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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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캐슬 Jul 21. 2024

나무의 부고訃告

회화나무*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천년을 훌쩍 넘은 세월

나무로서는 결코 많은 나이는 아니라고도 하고

호상이라고도 한다

나무는 장례일이 오늘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한다

부고장을 보낸 적이 없다고,

그럼 누구의 초대를 받은 게지


헤어짐은 계절을 타지 않는다

 마른 가지마다 슬픔이 화창하다

나무의 폐부는 이별로 북적인다

눈물의 모세혈관이 아래로 아래로 뻗어간다

번식력이 강한 회한悔恨이 흥건해진 뿌리

수관이 비틀려져 물을 빨아올리지 않기로 한다

연명은 눈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숲의 긴장 속에서 새들이 물어 온 나무의 심장

조각난 심방과 심실이 삐걱거린다

한쪽 심방이 심실을 붙잡지 못해 사라진 시간


나뭇가지의 고요 속

안개처럼 긴장감이 찰람거린다

생명을 채근하는 뿌리

말라비틀어진 수관을 쥐어짠다


바람이 바깥으로 분다

새들이 날아간다

미처 떨어지지 못한 고엽이 바람을 타며 날아간다


날아가는 부고장엔 망자가 없다

날숨은 있고 들숨은 없다


여정은 밖에서 안으로 진행되고

나무의 장례는 미루어진다



* 경주 계림숲에 수령 1300년이 넘은 회화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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