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루시는 (60대 중반) 전남편 윌리엄(70대 초반)과 팬데믹을 피해 뉴욕에서 메인주로 떠난다. 이상한 동행으로 보이지만 지난 20년간 이들에게는 각자의 치열한 삶이 있었고 지금은 각자 홀로된 상태다. 전남편 윌리엄은 외도를 했고 세 번 결혼한다. 루시도 데이비드라는 좋은 남자와 재혼했는데 일 년 전 사망했다. 전 남편과 루시 사이의 두 딸 역시 결혼과 외도 임신 유산 등 삶의 굽이굽이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몇 줄로 요약할 수 있는 루시와 주변인 삶의 여정에 슬픔과 분노로 늦은 밤 침대 속에서 홀로 흘리는 눈물이 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루시 시리즈 중 가장 최근작이다. <내 이름은 루시>, <오, 윌리엄>에 이은 작품인데 이 책을 읽기 위해 <오, 윌리엄>도 도서관에서 함께 대출했다. 이 책만 읽어도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해주므로 앞뒤 상황이 연결이 되지만 윌리엄의 캐릭터를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오, 윌리엄>을 먼저 읽는 게 좋다.
이 작가의 전작 올리브 시리즈를 읽으면서 제일 마음에 남았던 게 '늙는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인데 이번 작품은 더 나아가 죽음을 이야기한다. 전 세계를 휩쓴 팬데믹이 죽음과 직결되어 있는 현상이기에 더 작품의 분위기를 압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윌리엄과 루시가 인생의 후반기에 그동안 겪은 불가항력의 절망감, 예를 들면 주변 사람들의 사망과 이별,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 혹은 이유 없는 나를 싫어하는 타인들을 보며 슬픈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루시는 이 삶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건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알던 이 전의 삶은 사라져 버렸고 우리는 언젠가 떠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이것은 슬픔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애쓰며 사는 것.
이 불변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사는 걸까? 삶은 이다지도 복잡하고 상처를 주고받지만 결국 종착점은 하나다. 그것을 향해 가는 여정일 뿐. 너무 아름다워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날도 있고 떠올리기조차 싫은 시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여 인생을 이루며 결국 타인의 상처를 보듬고 그가 나의 생명을 지켜주기도 하면서 시간이 흐른다. 바닷가에서 루시는 그렇게 살다가 사라질 것이다.
루시는 우리 모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