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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킹 Jan 07. 2021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행위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행위


주말을 시작하는 아침, 아들 방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자고 깨우러 가니 이미 일어나 휴대전화로 뭔가 열심히 보고 있다. 자전거를 묶는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몰라도 쉽게 푸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문득 몇 년 전부터 집 근처 공원의 나무에 개의 목줄처럼 묶여있는 쇠줄로 된 자전거 자물쇠가 생각났다. 그래서 이른 주말 아침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풀어보기로 마음먹고 자전거를 타고 공원으로 아들과 함께 갔다. 가만 옷차림을 보니 은행이라도 털러 가는 것처럼 둘 다 검은색 점퍼에 바지, 검정 모자 검정 장갑을 끼었다. 웃음이 나왔다. 솔직히 그 나무를 볼 때마다 살려주고 싶었다. 누군가 공원에 와서 그 나무에 쇠줄을 묶어놓고 가버려서 나무 밑동에 있던 것이 점점 위로 올라가서 지금은 내 눈높이만큼 올라가 있다. 나무는 얼마나 괴로울까? 공원 관리자에게 말해 끊어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몇 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퇴근 후 늦은 밤, 늘 공원 산책할 때 그것을 보고 공원 관리자를 만날 수 없음에 안타까워했을 뿐이다. 오늘 역시 휴일이라 관리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기에 우리가 행동으로 옮기려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전혀 안 통했다. 결국 포기하고 며칠 전부터 엄지발가락 근처가 붓고 아파서 정형외과로 향했다.

먼저 온 사람들로 병원 안은 앉아 있을 자리가 마땅찮았다. 가운데에 놓여있는 의자에 겨우 비집고 앉아 가방에 넣어온 책을 읽노라니

“아이고, 난 허리가 아파서 등을 기대어 앉아야 하는데.”

내 앞에서 쉰 듯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60~70대로 그리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외모였는데 가만히 보니 젊은 아들과 엄마가 등을 벽에 대고 앉아있는 의자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마지못해 자리를 양보하고 어디론가 나갔는데 난 책을 읽다 할머니가 얄밉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허리가 아파서 기대앉는 의자가 필요하니 자리를 좀 양보해 주면 좋겠어요.”

차라리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는 말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조금 앉아있던 할머니가 이번에는 접수창구의 직원을 향해

“리모컨 어디 있수? 저것 말고 ○번 채널 틀어보게.”

읽고 있던 책에서 시선을 옮겨 TV를 흘끔 쳐다보니 뉴스 화면에서 예능 프로그램으로 바뀌고 있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환자로 앉아있는 여러 사람들이 보고 있는 채널을 그 할머니 마음대로 바꾸어도 될까? 누군가는 그 채널을 할머니가 보고 싶어 하는 채널만큼 소중히 보고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또 나처럼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는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손 치더라도 할머니의 큰 소리가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데.


나도 살아오면서 저렇게 할머니처럼 한 적은 없는지 뒤돌아보았다. 물론 야구나 축구를 좋아하여 음식점에 갔을 때 양해를 구하고 틀어달라고 한 적은 있지만 거의 손님으로 우리 밖에 없을 때였다.

우리가 늙어가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있다. 아마 저런 행위가 아닐까 싶다. 자기가 좋거나 편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

공원 나무에 묶여있는 자전거 열쇠도 물론 고장이 나서 풀려고 했지만 못 풀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무는 매일 그 줄에 묶여 숨쉬기도 곤란하다. 애초에 나무에 묶지 말았어야 했다. 자기의 편리함에 여러 사람이 불편해지면 그것은 얌체를 넘어 죄가 될 수도 있다.

휴가를 얻어 시간이 나면 아니, 인터넷으로 찾아서라도 꼭 공원 관리자에게 자전거를 묶었던 쇠줄을 끊어줘서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라고 건의를 해봐야겠다.


※ 2018 인천광역시도서관발전진흥원소식지 "도서관, 말을 걸다"에 실린 글임.

  이 글 후에 공원 관계자에게 말해서 자전거 줄로 묶는 열쇠는 끊어줘서 나무가 잘 자라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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