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는 카페를 안 가면 손해다
치앙마이에서 카페를 가지 않는 건 뭐랄까, 대전에 가서 성심당을 가지 않고 돌아왔다는 것처럼 듣는 사람이 괴로워지는 일이 아닐까. 이미 유명하고 인스타 인증 성지로 알려진 카페도 이래서 핫플이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이 좋고,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골목의 작은 카페를 둘러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혼자 올드타운에서 지내면서 하루에 꼭 한 번은 카페에 갔다. 사람 많고 한 곳은 피했고, 산책길에 눈여겨보았던 곳이나 구글 맵을 줄였다 늘렸다 하면서 하나씩 평점과 사진을 살펴보고 찜해두었던 곳으로 갔다. 원래 가려던 카페가 구글에는 영업 중이라고 나와 있는데 문을 닫았다거나 폐업했는지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지친 나머지 아무 데나 들어가기도 했다. 갔던 카페가 하나하나 모두 다 좋았으며, 개성 있었다. GNL으로 결제가 불가능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치앙마이에서 힐링했던 순간의 절반은 카페 덕이었을 것이다. 내가 갔던 카페를 좋았던 순서대로 소개한다.
참고로 난 커피를 마시지 않아 커피 맛은 선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 선정 기준은 그냥 나의 만족도인데, 카페의 분위기와 소음 여부, 메뉴의 맛 정도가 되겠다.
코코넛파이로 유명한 카페 반 피엠숙(Cafe Baan Piemsuk)의 코코넛 파이를 맛볼 수 있다고 해서 갔다. 위치 때문에 외면받는 곳인데 반 피엠숙은 핑강 너머에 있기 때문에 찾아가기 좀 힘든데 여기가 더 나은 것 같다. 님만해민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갈 생각이 없었다가 요가 수업에 지각해서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돼 시간이 떠버려서 가게 된 곳이다. 요가 수업을 못 들은 것이 신의 한 수! 치앙마이에서 제일 좋았던 카페고 여기서 보낸 시간이 정말 정말 행복했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수업을 놓친 것에 대해 자책했었는데 이게 전화위복이구나 싶었다.
며칠 전 가족들과 님만해민의 차린 파이에서 코코넛파이를 먹고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훨씬 훨씬 맛있었다. 가족들에게 여기 코코넛파이를 맛 보지 못하고 나만 먹어서 너무 안타깝고 미안할 정도였다. 여길 왔어야 한다고ㅠㅠ 구글 후기에 보면 이 카페에서 제일 시끄러운 것은 비행기 소리라는 말이 있다. 진짜였다. 치앙마이 대학이 주변에 있고, 이 카페가 정말 정말 주택가 골목에 덩그러니 있어서 노트북 들고 자기 할 일 하러 오는 대학생들만 있었다. 일행끼리 와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손님들은 야외 테이블로 나가는 분위기고 에어컨 빵빵하고 콘센트 있는 실내는 노트북 하는 사람들만 있었다.
오전시간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카페는 너무 내 스타일로 예쁘고, 코코넛 파이는 싸들고 오고 싶을 정도로 맛있고, 조용하고 분위기 좋았다. 식사 메뉴도 있었고, 생크림 케이트 등 디저트와 메뉴가 꽤 다양했다. 혼자 가서 이것저것 맛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타이 밀크티는 안타깝게도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밍숭밍숭한 맛이었다. 직원들도 무척 친절했다. 거의 일정 마지막에 들른 곳이 아니었다면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동안 한 번 더 방문했을 것 같다. 혹은 반피엠숙에 직접 가서 코코넛 파이를 다시 먹었거나. 이거 먹으러 다시 가고 싶다.
님만해민에서 걸어가느라 좀 더웠는데 에어컨 있는 실내에서 쉬면서 차가운 음료 마시니까 힐링 그 자체였다. 가는 길에 찐 주택가 구경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님만해민에서 여기 중간쯤에 굉장히 큰 tops 마트가 있어서 돌아가는 길에 가려고 했는데 급 마사지 예약을 하는 바람에 못 갔다. 역시 여행에서는 기회가 왔을 때 가야지 다음이란 기약하기 어렵다.
이곳의 마스코트 고양이도 만날 수 있다. 내가 두 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떠날 때까지 같은 자리에서 잠만 잤다.
왓 쑤언덕이 바로 옆이라 카페 갔다가 구경하기 좋다. 온통 하얀 탑들이 가득한 모습이 장관이었다.
올드타운에서 에스티아 치앙마이 호텔 예약 전에 주변 탐사를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여기서도 진짜 행복했다. 에어컨 나오는 분위기 좋은 실내에 무척 조용했고, 주인도 친절했다. 카페 갈 때마다 타이밀크티만 마셨는데 여기가 제일 맛있었다. 에스티아 묵는 동안 한 번 더 가고 싶었는데 못 갔다. 일찍 닫는 것이 흠이다. 다섯 시에 닫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신 오픈 시간이 8시였던가 다른 곳보다 조금 일렀다.
올드타운 내에서 보면 중앙이지만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도 조용하고 이 카페도 정말 조용하다. 구글에 찾아보면 숙소로 나오는데 카페 뒤편에 숙소와 카페와 향초 같은 수공예품을 가게 총 3개로 나뉘어 있다. 다음에 치앙마이에 간다면 이 숙소에 묵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굉장히 조용하고 오토바이 소음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숙소였다.
오후에 방문했는데 손님 대부분이 노트북 들고 와서 혼자 뭔가 작업하는 사람들이라 조용했다. 오토바이 소음조차 피해 가는 곳이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것 같아 진짜 숨겨두고 싶었던 곳인데 어차피 내 브런치 방문자도 얼마 없으니 별로 상관없을 것 같다.
오토바이 소리 안 나고, 카페 내부도 조용하고, 음료 맛있고, 인테리어 너무너무 예쁘고, 에어컨 있고, 콘센트도 있다. 거기다 음료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았다. 핫플은 80-100바트 받는 곳이 많은데 여긴 65바트였다. 가족들 떠난 날 혼자 남아 쓸쓸한 기분으로 갔던 곳인데 기분 전환 제대로 할 수 있었던 고마운 곳.
여기도 구석에 숨겨진 보물이다. 농부악 공원 근처에 있어 요가하러 오가다가 발견하고 찜했다가 찾아갔다. 차 전문점이라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이 가면 좋을 것 같다. 드립커피도 있다.
영업시간이 10-17시로 짧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나 치앙마이 카페의 절반은 영업 마감이 17-18시인 것 같다. 해가 떠 있을 때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 좌석은 야외 테이블밖에 없다. 저 날 무척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좌석이 그늘이고 주변에 식물이 많아서 덥지 않았다. 앉아서 아이스티를 마시니까 오히려 좀 추울 정도였다. 다만 치앙마이에서 심지어 산에 갔을 때도 뭐 물린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 다리를 몇 군데 물렸다. 사장님이 벌레기피제랑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을 챙겨주셨는데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다른 티메뉴도 궁금했지만 구글 후기에서 아이스 망고 티 사진을 봤기 때문에 시킬 수밖에 없었다. 사진으로 보고 기대한 바가 있었는데 기대보다 더 화려한 비주얼의 티가 등장했다. 아니 89바트에 생망고를 이렇게 듬뿍 올려 주는 거 말 되나. 스콘에 환장하는 인간이라 가격도 안 보고 스콘도 시켰는데 솔직히 스콘은 별로였다. 함께 나온 잼도 직접 만든 것 같았고, 공간에 사장님 손길과 애정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듯했다. 사장님이 영어도 굉장히 잘하시고, 무척 쾌활하고 친절하시다. 스콘 가격도 저렴하진 않았다. 총액이 178바트인가 나와서 살짝 비싸다고 생각하긴 했는데(두 메뉴 다 가격 모르고 그냥 시킴) 그래도 아주 만족하는 곳이며, 다른 티 종류 맛보러 또 가고 싶은 곳이다.
마당을 카페로 쓰시고, 안쪽 건물에서 실거주하시는 것 같았다. 독특한 구조였다.
게스트하우스 1층 마당 공간을 이용해 운영하는 카페다. 치앙마이에는 1층은 리셉션 겸 카페로 숙박객과 손님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2층부터 객실로 이루어진 곳이 아주 많다. 여기도 그중 하나였는데 마지막 날 쿤캐주스 오픈런하기 전 동네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곳이다.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100% 스퀴즈 오렌지 주스를 판매한다는 문구에 홀려 들어갔다. 쿤캐주스 근처라서 20분 정도 앉아서 주스를 마시다가 쿤캐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다.
아침 식사 메뉴도 다양하게 있었다. 식사는 안쪽 실내 공간에서도 가능할 것 같다. 숙박객에게는 오토바이를 빌려주는 서비스도 있는 것 같다. 이 주변에 100바트 내외로 아침 식사 가능한 분위기 좋은 식당과 카페가 많다. 처음에 5박을 이 근처에서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여유롭고 안전해 보였으며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이나 카페가 밀집한 곳이다.
한적하고 조용하며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인 곳이 전형적인 치앙마이스러운 공간이라 좋았다. 이곳은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곳인데 리모델링만 해서 전통방식을 살려 숙박업소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방도 7개가 전부라고. 부킹닷컴에서 보니 평점도 9.2점이고 내부도 예뻤다. 위치도 올드타운 내 여행자들의 핫플이 많은 골목에 있어 숙박하기 괜찮을 것 같았다. 골목이라 오토바이 소음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울 것 같았지만 전통 양식 숙소에서 방음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직원이 매우 친절했고 일찍 오픈해서 아침 산책 중 쉬어갈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바닥 타일도 감각적이고 예뻐서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오렌지 주스를 주문하자 금방 오렌지 향기로 주변이 가득 찼다. 바로 착즙 한 주스를 시럽도 얼음도 넣지 않고 마셨다.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지만 치앙마이에서 마지막 날 아침, 마지막 카페로 완벽했다.
너무 유명한 곳이라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여기가 카페인지 식당인지 고민하다가 이름이 주스바니까 그냥 카페로 분류하기로 했다. 너무 사람 많고 유명해서 솔직히 안 가려고 했는데 동생이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갔다. 아침 10시쯤 갔음에도 불구하고 주문하고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아, 물론 주문을 받아주기까지도 15분은 걸린 것 같다. 이렇게까지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그렇게까지 먹어야 한다. 동생에게 너무 고맙다. 그랩으로 배달도 되는데 배달이 열리는 시간도 일정치 않다. 좀 한가해지면 여는 것 같다.
처음 가고 너무 맛있어서 가족들 출국일 아침에 한 번 오픈런, 내가 출국하는 날에도 오픈런을 했던 곳이다. 혼자 지낼 땐 요가 가느라 오픈런은 못하고 어쩐 일인지 오후에도 잘 안 갔었는데 나 자신 반성해라.. 1일 1쿤캐주스를 했어야 하는데. 심지어 숙소가 코앞이었는데.
오픈이 9시인데 처음 오픈런 갔을 땐 8시 40분쯤 도착했다. 나 말고도 외국인 몇 명이 줄 서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많아졌는데 딱히 줄을 세우거나 웨이팅리스트를 작성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줄 선 사람들끼리 적당히 눈치껏 입장하는데 들어가서 주문하는 순서도 얽히고 뭐 주문하기도 쉽지 않고 뭐 그렇다.
재밌는 건 9시 오픈이라고 해서 9시에 열지 않는다. 안에서 사람들이 뭔가 분주하게 준비하고 이야기하는 소리는 들린다. 그런데 9시 넘어서도 문은 안 연다. 9시 5분쯤 됐나 철문을 열긴 하는데 들어오라는 뜻은 아니고 살짝 열어서 왔다 갔다 하면서 바깥에 간판이랑 과일 세팅을 한다. 9시 15분, 20분쯤 되어야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라는 사인을 보낸다. 들어가서 빨리 주문해야 한다. 우르르 들어온 사람들 순서에 밀리지 않으려면. 주문을 해도 절대 빨리 나오진 않는다. 그들은 자신만의 속도와 여유가 있다.
두 번째 오픈런에는 나밖에 사람이 없었다. 9시 30분쯤 되자 만석이 됐다. 내가 다 먹고 나갈 때 즈음에는 한국인 무리가 내가 나가기만 기다리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외국인도 많은데 한국인 엄청 많다. 만석일 때 2-3 테이블은 한국인이라고 보면 된다.
주문 후 나갈 때 계산하는 방식이며, 직원들은 친절은커녕 약간 눈칫밥 먹으면서 먹어야 하는 분위기다. 가게가 더러운 건 아닌데 그렇다고 깨끗하지도 않다. 둘 중 선택하라면 더러운 쪽이 더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앙마이에 간다면 또 갈 거다.
스무디볼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는데 이거 이거 요물이다. 너무 맛있다. 아래에 죽 정도 질감의 진득한 스무디가 깔려있는데 차갑진 않다. 메뉴별로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며 메뉴판에 자세히 쓰여 있다. 위에 올라간 과일과 견과류, 코코넛가루 토핑은 어떤 메뉴를 시켜도 같은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한 과일을 90바트에 즐길 수 있다니. 치앙마이에서 파파야랑 용과는 여기서만 먹은 것 같다. 재료 조합이 괜찮은지 스무디볼 종류가 다 맛있다. 전 종류 다 먹어봤던 것 같다. 90바트짜리도 있고 120바트짜리도 있는데 뭘 먹어도 존맛이다. 내 원픽은 그린스무디볼이라서 출국날 아침에 혼자 그린스무디 한 사발 먹고 갔다. 스무디 말고 가게 앞에 내놓고 파는 주스도 몇 종류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다.
한국에 매장 안 내겠지? 내준다 해도 과일 값이 비싸서 저 정도 가성비가 안 나오겠지? 이거 한국에 들어오면 대박 칠까 이런 생각을 계속하면서 먹었다. 솔직히 이거 먹으러 또 가고 싶다. 진심.
커피 트럭이라 카페에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근데 맛있으니까 그냥 카페로 인정하자. 타이커피와 타이그린밀크티를 마셨는데 둘 다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엄마는 저기 커피를 치앙마이에서 마신 것 중 최고로 꼽았다. 사람이 제일 많을 시간에 주문하긴 했는데 그래도 주문하고 음료 받기까지 30분은 걸린 것 같다.
주문 방식은 종이를 뜯어서 이름이랑 메뉴를 적고 꽂아둔다. 아래서부터 하나씩 뜯어서 만들기 시작한다. 기다린 지 한 참이 지나서야 그거 이름을 불렀고, 음료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이름을 불러서 메뉴명을 확인하고 그때부터 제조 시작이다. 힘들게 마셨지만 그만큼 맛있었고, 러스틱 마켓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노래 들으면서 그냥 멍 때리고 기다리면 된다.
이 사진을 본 이상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다양한 과일을 맛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과일을 무척 좋아해 동남아에 가면 과일을 꼭 챙겨 먹는다. 가족들과 있을 땐 시장에서 과일을 사고, 다이소에서 산 과도로 매일 밤 손질해서 같이 먹었는데 혼자가 되고 나서는 포장된 과일도 양이 부담스러워 사지 못했다. 이 메뉴는 온갖 과일을 한 번에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농부악 공원에서 요가를 마치고 이 날따라 무척 힘들어서 진짜 주린 배를 잡고 갔다. 11시쯤 도착했나. 웨이팅이 딱 봐도 길어 보였고,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는 말에 직원이 30분 정도라고 대답했다. 30분도 너무 길지만 메뉴판 보면서 기다릴 요량으로 기다리기 시작했다. 가게 안에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시스템이라 다른 곳에서 기다렸어도 괜찮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나는 1시간 10분을 기다렸다. 진짜 너무 배고프고 힘들고 짜증 났다. 내가 왜 이걸 먹자고 이러고 있나 후회했다. 근처 로컬 미슐랭 어묵국수집 가면 주문 후 1분 만에 음식이 나오는데ㅠㅠ 이렇게 오래 기다릴걸 알았으면 호텔이 근처라 들어가 누워있었어도 될 일이었다.
내가 오래 기다린 것이 직원도 미안했는지 안쪽 좋은 자리를 챙겨줬다. 실내에는 테이블이 5개, 실외에 큰 테이블이 두 개 있어 실외에서는 테이블을 셰어해야 한다. 공간이 넓지는 않다. 나는 3인까지 앉을 수 있는 좌석에 혼자 앉았다. 내가 들어갈 무렵에 새로 온 한국인 여성이 웨이팅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해서 그 분과 직원만 괜찮으면 그냥 합석해서 같이 먹자고 말하려다가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말았다. 저분도 한 시간 넘게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내가 다 힘들어서. 호다닥 먹고 나갈 때 보니 이 분은 밖에서 이미 식사를 한창 하고 계셨다. 20분 내외로 대기하신 듯하다. 내가 시간대를 너무 잘못 잡아서 오래 기다린 것 같았다. 오지랖을 부리지 않길 잘했다.
비주얼은 사진보다 더 화려하고 압도적이다. 과일을 정말 아낌없이 듬뿍 담았고, 빵이 2쪽 정도로 큼직하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나나는 5개는 넣었는지 진짜 많았다. 먹어보고 싶었는데 많이 사기 부담스러워서 못 먹어본 패션후르츠도 있고, 용과랑 시장에서 본 이름 모를 과일도 있어 좋았다.
혼자 먹기는 양이 많다. 2명 혹은 3명이 셰어해도 될 양이다. 맛보다는 비주얼에 신경을 쓴 가게 같았다. 맛은 뭐 과일이랑 빵 먹는 맛이다. 함께 나오는 딸기잼을 직접 만든 것 같은데 맛있었다. 딸기잼과 함께 먹거나 테이블에 있는 꿀이나 다른 소스와 함께 먹으면 된다. 가격도 300바트 정도로 혼자 먹긴 확실히 좀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주문한 음료가 로즈 얼그레이밀크티였나 그랬는데 괜찮았다. 음료도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장미 가루 같은 것을 음료에 저렇게 뿌려 주니 참 예쁘고 기분이 좋아진다. 마실 때마다 생로즈마리 향도 솔솔 나서 좋았다. 혼자서 음료랑 프렌치토스트 먹는데 정말 애썼다.
가게도 내부가 딱 우리나라 망원동 브런치 가게 느낌이다. 진심 실내만 보면 구별이 어렵다. 인스타용 사진을 찍기 위해 그리고 다양한 과일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시간대를 잘 맞춰서 웨이팅이 적다면 가볼 만한 곳이다.
혼자 남고 1일 1 카페 투어를 결심하고 두 번째로 갔던 카페다. 숙소 근처였는데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찜해뒀다가 방문. 카페 내부는 조용한데 인접한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 소음이 크다. 1층에 앉았었는데 오래 앉아 있기 자리도 불편하고 오토바이 소음이 너무너무 크고 매연이 있어 2층으로 옮겼다.
전통가옥을 리모델링한 형태로, 에어컨은 없고 옛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소품도 잘 보존해 인테리어 해 놓아 좋았다. 선풍기가 있었는데 날이 더워서 머무는 동안 조금 더웠다. 구석진 곳은 아니라 그런지 오토바이가 진짜 정말 너무 많이 지나다녀서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내가 머무는 2시간 동안 아무도 올라오지 않아 혼자 편하게 무릎에 노트북 올리고 벽에 기대서 쉬다 갈 수 있어 좋았다. 맞은편 창문 전깃줄을 멍 때리고 보고 있으면 청설모가 지나가는 모습을 꽤 자주 볼 수 있어 좋았다. 타이밀크티 맛은 뭐 무난했던 것으로 기억. 뭔가 커피에 특화된 가게 같았는데 커피를 마시지 못해 아쉬웠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른 곳으로, 이름을 모르겠다. 구글맵에도 따로 저장하지 못한 게 슬프다.
기빙트리 예약 시간이 1시간 남아서 밤에 길을 헤매다가 망고스무디 먹고 싶어서 간 곳. 망고 먹을까 패션후르츠 먹을까 고민하다가 믹스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콜 하시고 생망고를 슥슥 깎아서 하나를 통째로 넣어주셨다. 패션후르츠는 납품용 봉투에 든 걸 부으셨다. 진짜 이번에 치앙마이에서 먹은 과일 음료 중 탑이었다.
구글 맵에서 딱 저 위치에 마우스를 대면 저 가게가 나오는데 이름은 검색되지 않는다.
로드뷰로 보면 가게 모습이 보인다. 혹시나 해서 노란 현수막 글자 번역기에 돌려보기까지 했는데 Rungruengpaisarn Sangkaphan 6 Tel. 092-4971695 렁릉파이살 상카판 이라고 나올 뿐이다.
나중에 또 찾아갔었는데 시럽을 넣으려고 하셔서 넣지 말라고 했더니 전에 먹은 그 존맛은 아니었다(역시 시럽이 킥이었나). 그날은 망고 크기도 작았고(거의 마감시간 직전이라 남은 과일이 별로였던듯) 무튼 예전의 감동을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50바트인가 60바트인가 훌륭한 가격에 친절하고 유쾌한 주인이 있어 또 가고 싶은 곳이다. 같이 하는 밥집의 팟까오무쌉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스무디랑 같이 먹으면 딱일 듯! 난 팟타이 먹었는데 그건 짜고 음.. 별로였다.
10. Cha Tra Mue
- 태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타이티의 중심 차트라뮤
워낙 유명해서 딱히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다. 4년 전 방콕에서 처음 먹고 반해서 몇 년 동안 계속 생각났던 곳이다. 참고로 서울에도 매장이 있다(서울에 한 곳, 용인과 고양에 각 각 한 곳씩 있음). 몇 번이나 가보려고 했었는데 결국 못 가봤다(매장 위층에는 타이음식점이 있는데 맛집이라고 함). 매장 운영하시는 분 배우신 분. 현대백화점에서 팝업으로 잠깐 들어오기도 했었는데 정식으로 들여오지는 않은 것 같다. 역시 현대백화점 식품관 일 진짜 잘한다. 내 롤모델..♡ 나 따위 미물은 채용해주지 않는.. 캠퍼스 리쿠르팅에서 교수 추천서를 받아와야만 현장면접을 보고 자소서를 제출하게 해주는 현대백화점. 그래, 차라리 그렇게 거르는 게 백 번 낫다. 무튼 엘리트 직원분들 앞으로도 열일해 주셔서 맛있는 것들 더 많이 소개해주시길.
와로롯 시장 갔을 때 2번, 마야몰에서 1번 방문했다. 매장에 들어가면 타이티 향이 짙게 나는데 이 냄새를 잊지 못할 것 같다. 방콕에서는 지하철역이나 쇼핑몰 등 여기저기 있었고, 테이크아웃 전용이 많았는데 치앙마이에서 본 두 곳은 모두 매장이 있고 좌석도 있어 좋았다.
가게에서도 차트라뮤 파우더를 쓰는 것을 봤고, 쿠킹클래스에 갔을 때도 차트라뮤 파우더로 타이티 만드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국 브랜드라는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더 성장하게 한국에 매장 좀 많이 내주면 좋겠다. 차트라뮤 사랑하는데 치앙마이 카페 순위에서는 밀렸다. 좋은 카페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확실히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카페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