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오디세이아,「스즈메의 문단속」

すずめの戸締とじまり, 신카이 마코토, 2023

by 우판다




잊어버린 것과 잃어버린 것 사이에서 오늘도 문을 닫아 잠그는 사람이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천재(天災)를 인재(人災)로 갈음하여 바라보려는 독특한 시각이 돋보인다. 요컨대, 시간이라는 더께에 덮여 지진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존재를 잊고, 안전불감증이 만연할 때 재난은 반복되고 참사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규슈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하라 나노카)는 등교 중 우연히 마주친 소타(마츠무라 호쿠토)에게 왠지 모를 끌림을 느낀다. 뜬금없이 문을 찾고 있다는 그에게 폐허의 위치를 알려준 스즈메는 뒤늦게 그를 따라간다. 폐허에 도착한 스즈메는 한복판에 있는 문을 발견하고 문 너머의 신비로운 세상에 기시감을 느낀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문 앞 바닥에 있는 요석 뽑게 되고, 그 요석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모해 사라진다. 열린 문 사이로 지진의 현형인 미미즈(지렁이)가 출몰하고 소타와 힘을 합쳐 문을 닫는다. 치료를 위해 집으로 데려온 소타를 요석 다이진(야마네 안)이 의자의 형태로 만들고 사라진다. 스즈메와 소타는 다이진을 쫓으며 열린 문들을 닫는 여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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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의 오프닝은 유년시절 스즈메가 폐허가 된 거리를 걸으며 엄마를 찾는 그녀의 꿈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스즈메의 어머니는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어린 그녀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부정했다. 스즈메는 멀리서 걸어오는 소타를 처음 본 순간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스즈메가 소타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잘생긴 외모뿐만이 아니다. 소타는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위로해주는 따뜻한 인물이다. 그리고 소타가 기억하는 사람 중에는 스즈메의 어머니도 있을 것이다. 단편적으로나마 그녀의 어머니를 기억하는 스즈메는 소타로부터 모종의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뜻밖의 외출을 하게 된 스즈메는 뒷문이 열린 곳을 찾아 그 문을 닫는다. 말하자면, ‘다녀올게’라는 인사를 끝으로 문을 열고 나가선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대신 문을 닫아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사르트르의 말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실존과 본질 사이의 딜레마를 저울질하지만 결국 실존의 선행(先行)을 지지하는 실존주의자로 느껴진다. 의자로 변모한 소타는 가업으로 토지시 일을 하면서도 교사의 꿈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실존은 교사이고 본질은 토지시인 셈이다. 다이진의 저주를 받아 요석이 된 그는 마치 누군가 앉기 위해 존재하는 의자처럼 본질만을 강요받게 된다. 그리고 본질만 남은 소타는 살기를 갈망하며 자신의 실존적 가치를 절실히 느낀다. 다리가 한쪽이 없는 의자는 자꾸만 고꾸라진다. 그러면 의자로서 제 기능을 못 한다. 오히려 결핍을 통해 실존을 추구하게 된다는 감독의 관점이 흥미롭다. 나아가서 휴게소 주차장에서 스즈메의 이모인 타마키(후카츠 에리)가 사다이진(야마네 안)의 영향을 받아 스즈메에게 모진 말을 할 때, 타마키는 마치 스즈메를 위한 요석처럼 느껴져 애처롭다. 그러나 자전거에 스즈메를 태우고 열심히 패달을 밟으면서, 주차장에서 했던 말을 속으로 생각한 적이 있긴 하지만 절대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는 타마키는 그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치카(하나세 코토네)는 스즈메에게 마법사 같다고 한다. 스즈메는 요석을 뽑아 다이진이 그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게 했고, 그녀의 생일날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었던 의자에 눈을 그려 달라고 했다. 심지어 그녀는 요석이 되어버린 소타를 다시 사람으로 되돌리기까지 한다. 스즈메는 실제로, 본질뿐인 존재에 실존을 부여하는 마법을 부리는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전 영화들에선 주인공 소녀가 특별한 힘을 가졌다. 그리고 그녀들은 지구에 충돌하는 운석을 막거나(「너의 이름은」) 폭우로 세상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날씨의 아이」) 희생해야 하는 딜레마 처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남성인 소타가 그 역할을 부여받지만, 요석이 된 소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 한 스즈메가 교복을 무복(巫服)처럼 경건하게 입고 소타의 신발을 신으면서 그 역할을 자처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유년시절 스즈메의 시점샷을 강조하며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스즈메가 요석이 된 소타를 인간으로 되돌릴 때도 시점샷을 통해 그의 기억을 더듬고, 의자를 완성 시킨 그녀의 어머니한테 다른 어떤 감각 기관도 아닌 눈을 그려달라고 청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시점샷은 인물과 동화되는 기능뿐 아니라 실존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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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문이 열리고 미미즈가 출몰하는 이유는 현재의 사람들이 지진으로 희생당했던 사람들을 잊었기 때문이다. 특히 100년 전 도쿄에서 발생한 관동 대지진의 뒷문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학교나 놀이공원이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 있어 더욱 슬프다. 요석이 뽑혔다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것을 이미 잊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즈메 또한 참변의 기억을 잃어버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는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잊어버린 것이 아니다. 어머니를 잃었다는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 일기장을 검은 색연필로 덮어버리며 부러 그 사실을 부정해왔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결국,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스즈메가 긴 외출을 통해 상처를 대면하고, 어린 자신에게 의자의 모습을 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성장영화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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