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쇄항.
병실에 올라와 묻는 나에게 핸드폰에 적어둔 걸 보며 말해준 남편은 "쇄항이래."
쇄항? 그게 뭔데?
선천성 거대결장은 들어봤어도 쇄항은 보도 듣지도 못했다. 남편애길 듣고 찾아보니 5천명 중에 1명이란다.
욕이 절로 나왔다. 살면서 로또도 당첨 안 됐던 내가?
내 아기가?! 왜!
병실천장에 대고 쌍욕을 했다가 신에게 빌기도 했다가 아주 염병을 떨었다. 내가 임신기간에 뭘 잘못했나 자책이 들었다가 내가 또 뭘 그렇게 잘 못했다고 억울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출산축하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얼마나 대환장이였고,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지금의 나도 잘 모르겠다. 웃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자마자 끊긴 전화기 뒤엔 눈물과 욕이 병실을 가득 채웠다. 창 밖이 재수없게 쾌청했다.
동시에 쇄항에 대해 알아보면서도 겁이 나 알아보고 싶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새벽에 눈만 뜨면 울었다.
“오빠 우리 어떻게 해?”라고 말했을 때 그 동안 말이 없던 남편이 "키워야지. 어떡해" 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키워야지!"
사전에 나와 있는 글을 보아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너무도 간단명료하게 잘 적혀있는데 아마 내가 못 받아들인 거 같기도 하다.
쇄항. 선천성항문폐쇄증.
말 그대로 항문이 막혀서 태어나는 것이다. 항문을 비롯한 장의 윗부분부터 막혔으면 고위쇄항. 중간 부분부터 막혀있으면 중위쇄항. 항문과 가까운 아랫부분이 막혀있으면 저위쇄항으로 구분한다.
예후는 고위쇄항이 안좋다. 그도 그럴것이 항문에서 멀리 떨어진 윗 부분부터 막혔다는 건 많이 막혔다는 것이니까 예후가 좋을리 없다. 또 쇄항은 다른 기형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를 동반기형이라고 부르고, 동반기형이 3가지 이상일 경우에는 바테르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남아는 고위쇄항. 여아는 저위쇄항이 확률적으로 많다고 사전에 나와있으나 실제로 추후에 전원한 삼성병원에서 만나본 쇄항아기들은 성별도 쇄항의 위치도 그에 따른 동반기형(총 배설강, 큐라리노, 딤플, 식도폐쇄, 심장, 신장 등)도 다양했다.
내 아기는 고위쇄항이었다. 쇄항에 대한 이해도 다 하지 못했는데 태어난 다음날 아기는 응급수술에 들어갔고, 남편이 누워있는 나를 대신해 중환자실 면회를 가서 장루를 달고있는 신생아 사진을 찍어왔다.
쇄항아기는 48시간 이내에 장루를 내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사망하는데 전공의가 파업한 그때 내 아기를 받아준 전남대 소아외과 이주연 교수님과 그 의료진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