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아무나 하지만 누구나 꾼이 될 수는 없다. (9)
작년 여름 우연찮게 한 명품브랜드 면접을 보게 됐다. 패션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면접을 경험해 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그렇게 강남의 한 건물로 향했다. 한참의 한국어와 영어 면접이 치러졌다. 정신없이 대답하고 내 자소서와 이력서를 검증한 후 드디어 마지막 질문만이 날 기다렸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 트렌드를 설명해 주세요.”
“요즘은…”
내 이야기를 끊는 면접관의 손짓이 이어졌다.
“다만 환경이나 ESG 같은 이야기는 빼 주세요. 그리고 꼭 패션이야기가 아니어도 됩니다.”
10초의 침묵이 한세월처럼 느껴졌다.
“제 경험상 요즘 트렌드는 ‘비싼 걸 제대로 쓰자’였습니다. 코로나로 내 공간, 내 경험, 내 가족과 친구 정도로 사람들의 인식 범위가 줄었고, 그 결과 차라리 ‘소비를 압축해 더 좋은 것에 쓰자’라는 트렌드가 형성된 것으로 느꼈습니다.”
이 답으로 그날 면접은 거의 종료됐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남은 몇 가지 질문들이 입을 간질였다.
“마지막이면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내 질문에 면접관이 다시 착석했다.
“네 당연하죠.”
“그럼 왜 트렌드가 중요한지 말해주세요. 정확히는 어떻게 트렌드가 사용되며, 어떻게 분석하고 적용하는지, 그리고 트렌드가 꼭 정답인지.”
그 뒤의 대화는 마치 동네 형과의 이야기 같았다. 이게 좋은 면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궁금증을 해소하는 좋은 과정이었다.
“트렌드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중요해요. 어떤 상품에, 어떤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소비를 하는지 같은 거죠. 저는 SNS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SNS 트렌드 분석은 따로 합니다. SNS를 하면 트렌드를 분석해야 하는 사업군에서 트렌드에 휩쓸리는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SNS를 하지 않는 것이고, 트렌드를 따로 분석하는 건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영해야 할 트렌드가 있다면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에요.”
원래라면 긴 글을 요약하겠지만 딱히 이 대답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모르겠다. 그 당시에는 궁금증이 해소된 정도였지만 자영업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이 답이 다시 떠올랐다.
백종원 더 본 대표가 국회에 나와했던 대답을 기억한다면, 한때 대왕 카스텔라 유행을, 최근 마라탕 유행을 기억한다면 아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잘 알 것이다.
“제발 트렌드만 따라가지 마라.”
트렌드를 따라가다가 사라진 수많은 가게들을 보았다. 그 이유는 “최고의 손님은 언제나 단골”의 편에서의 답과 같다. 트렌드에 휩쓸리면 같은 트렌드의 수많은 가게와 경쟁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트렌드 있게 먹을 거라면 정말 유명한 트렌디한 장소에서 먹을 것이다. 결국 소수의 가게가 그 트렌드를 독과점하게 된다.
그럼에도 트렌드를 따라 성공한 자영업자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트렌드를 길게 가져가지 않았다. 작은 자본으로 빠르게 트렌드에 따라 수입을 올리고 매각을 한 다음, 다시 다른 트렌드를 빨리 찾았다. 그냥 우후죽순 생기는 트렌드에 따라 편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전공으로 설명하자면, 편승은 약자의 전략이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 대세에 따라 혹은 큰 힘에 따라 그냥 휩쓸려 가겠다는 것이다. 이 선택은 대부분 실패한다. 편승을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해서 단물만 빨아먹고 다시 다음 트렌드에 편승하는 것은 실력이지만, 대부분은 그런 실력이 없다. 주식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직도 삼성전자에 물려 있다면, 테슬라에 물려 있다면,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함부로 트렌드를 따라가지 마라. 다만 트렌드를 놓치지도 마라. 식당에 트렌드를 따른 음료를 배치하거나, 마라탕을 기초로 한 메뉴를 개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유명 세프의 캐주얼 레스토랑은 마라탕 등의 중식을 기반으로 한 양식을 냄으로 그 근처에서는 예약하지 않으면 방문조차 어려운 수준의 인기를 끌었다.(경험상 내 입맛은 아니었지만 여성들의 입맛에는 확신의 맛이었다고 했다. 즉, 호불호가 있는 좋은 메뉴였다.)
분명 트렌드는 모두에게 중요하다. 하지만 트렌드가 파도라면 그걸 타고 서핑을 즐기는 사람과 그냥 휩쓸려가다가 해변이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트렌드를 많이 경험해 보라는 건 그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트렌드를 찾아서 활용하라는 것임을 잊지 말자. 내가 탈 수 있는 파도를 타야지 살아 나올 수 있다.
<오늘의 체크리스트>
요즘 트렌드를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자. 그중 스스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