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0. 코스타리카의 교통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기

by 에스더

2024.09.12. (목)


브런치 작성하는 것을 하루 루틴에 넣고자 다짐했었는데 왜 이렇게 밀렸는가 되돌아보니 이 날이다. 자고 일어나면 결과가 나와있겠거니 하고 12시 즈음 잠이 들었는데 3시 즈음 잠에서 깼다. 얕게 잠든 중에 무의식이 확인하라고 깨운 거 아닐까? 패드를 확인하니 서류 합격 메일이 와있었다. 기쁨도 잠시, 오프라인 면접 대상자로 지정되어 당황스러웠다. 모두 오프라인 면접 필참이라면 모르겠는데 해외 거주자는 따로 화상 면접 대상자로 명시되어 있었다. 나는 한국인이라 해외에 있어도 한국에서 면접을 봐야 하는 건지, 최종 합격 발표날과 사전 교육일이 이틀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그 사이에 비행기표를 끊고 오라는 건지.. 문의 메일을 보내놓고도 걱정을 켜켜이 쌓고 있던 중 동생에게 보이스톡이 왔다.


문의 메일을 보고 한국 전화번호로 연락을 주셔서 동생이 보이스톡으로 폰과 폰을 연결해해 준 것이었다. 알고 보니 내가 한국에 남겨둔 핸드폰 번호를 제출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되어 오프라인 면접 대상자가 된 것이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화상 면접으로 돌리고 또 사전 교육 또한 해외 거주자의 경우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 잠깐 사이에 만약 한국에 다녀와야 한다면 뭘 챙겨 오면 좋을지 리스트를 생각 중이었는데 다시 일 년 뒤로 미루게 되었다. 메일을 확인하고, 문의를 남기고, 안내 전화를 받는 사이 아침이 되었다. 한 시간 가량 눈을 붙이고 약간은 혼란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월요일부터 걱정하던 사무실 출근날이다. 사실 출근해도 알아줄 사람은 없지만 사무실에 안 계시더라도 supervisor가 이번주엔 한 번 즈음 나오면 될 것 같아!라고 했고 동료 중 한 명이 목요일에 독립기념일 행사하는 거 알지? 그 날 보자! 해주었기 때문에 오늘이다. 국물-만두-밥을 각각 담아 도시락으로 만들어 가방에 넣고 어제 새로 알게 된 투명 정류장에서 센트럴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연구소는 동쪽, 사무실은 서쪽에 있기 때문에 어차피 센트럴을 통해서 가야 하지만 이렇게 동->서 이동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루트는 센트럴을 찍고 그곳에서 다시 환승해서 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환승 시 요금 할인 같은 것은 없다. 무조건 기사에게 현금으로 내야 하니 애초에 환승인지 알 길이 없다. 기사님 옆에는 판자가 있는데 손수 거스름돈을 건네주는 용이다. 카드 태깅 기계를 넣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면 예전 한국에 있던 딸깍딸깍 기계 사용하면 안 되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315 콜론의 요금을 내고 시내로 나갔다.


센트럴에서 사무실까지는 15분 간격으로 두 번 버스가 다니는데, 우연히 앞 버스가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덕분에 긴가민가하는 마음 없이 줄을 설 수 있었다. 곧이어 다음 버스가 도착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앞 친구에게 한 번 더 확인하고 버스에 탔다. 우리 은행뿐만 아니라 그 사무실 부지를 공유하는 회사 사람들이 모두 타는 버스였는데 700 콜론이나 한다는 게 약간 충격이었다. 심지어 버스 내부도 시내까지 타고 온 대중교통보다 안 좋았다. 집 앞에서 사무실까지 왕복으로 무료 고속버스 태워주던 한국의 전 회사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 중에 당연한 것이 하나도 없다.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 사무실까지 가는 길에 정지하는 정류장마다 지도에 찍어두며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래도 우연히 발견했던 이 셔틀버스가 있어서 언제 올지 모르는 대중교통 대신 확실히 사무실 바로 앞에 내릴 수 있었다. 언제 봤다고 일주일 만에 돌아오니 또 사무실이 반가웠다. 지난주에 남겨둔 과자를 먹고 사과-바나나를 먹으며 다가오는 스페인어 수업을 위한 과제를 했다. 수업 끝나고 녹화본 두 번씩 들으면서 복습하고 과제하던 사람 일주일 만에 어디 간 거냐.


수업을 한 시간 정도 남겨놓고 모두 독립기념일 기념(?) 야외 브런치 이벤트를 위하 나갔다. 나도 쭈뼛쭈뼛 사람들을 따라가서 밥(역시 콩밥, 플랜테인-이거 바나나인 줄 알고 전에 까먹어봤다-, 토르티야-알고 보니 콩밥 싸 먹는 용이라는데 그제 누가 만들어준 초레아다스인줄 알고 신나서 받았다가 실망했다. 그래도 오늘도 맛있는 나띠야 소스도 함께-치즈, 소시지)을 받고(어쩌고 más?-더 먹을거냐 하시는 것을 알아듣고 약간 뿌듯했다.) 앉아 주변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곧 스페인어로 이어지는 대화에 눈알을 열심히 굴렸으나 아직 거기까지 따라가지 못했다.


Escucha 열심히 하다 수업시간이 되어 먼저 올라왔다. 이렇게 평온하게 나만의 자리에서+확실한 인터넷 연결 환경에서+조용히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감사한 일인 줄은 몰랐지! 수업 후 곧 점심시간이었지만 브런치를 열심히 먹어 배가 고프지 않아 앉아서 밀린 브런치 글을 썼다. 문득 매거진으로 글을 엮어볼까? 사진을 넣어볼까? 하다가 퇴근 시간이 다 되었다. 도시락이라고 싸왔는데 다시 집에 가져갈 수는 없으니 퇴근 버스는 2회차를 타기로 하고 만둣국을 만들어 먹었다. 또 한 번 다섯 분이 하루종일 청소해 주시는 온전한 탕비실에서 느끼는 행복감. 당연한 것이 하나도 없다!


퇴근 버스는 더더욱 쉽지 않았다. 혹시 몰라 15분 일찍 버스에 타있었는데 떠날 즈음에는 서있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고 버스 좌석 간 거리가 아주 좁아 답답했다. 길 위의 차는 이상할 정도로 막혔다. 출퇴근 시간 즈음의 이 곳 교통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익히 들어서 그렇구나 했는데 평소 우버를 타고 15분이면 다니던 거리를 한 시간 걸려 돌아왔다.


코스타리카에서 운전을 할 수 있다면 세계 어딜 가도 운전할 수 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데 그만큼 도로 퀄리티가 좋지 않고 (도로가 고르지 못하고 또 우기를 대비한 도랑이 많다. 대학원 때 했던 선제적 관리를 위한 고속도로 취약구간 시각화 프로젝트를 상용화할 타이밍 아닐까?) 사람들이 운전을 거칠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보행자 입장에서는 횡단보도를 만들어 놓지 않은 행정 누군가의 탓이지 운전하는 사람들은 곧잘 멈춰서 길 건너는 것을 기다려줘서 신기할 정도였는데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방향등을 켜지 않는 것이 디폴트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화장실 청소를 했다. 살면서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해봤던가? 사실 왜 필요한지도 잘 알지 못한다. 왜 필요한지 알게 되고 싶지 않아서 했다. 화요일에 코스타리카 지사 poc 역할에 관심이 있을지 연락을 받았는데 이전에 은행과 한 번 프로젝트를 해보신 분이라 여러 조언을 해주셨다. 그중 사무실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사무실.. 언제 또다시 가게 될까? 다음 주부터 세 번씩 꼬박 나오라고 한다면 어떻게 다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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