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친구 손 잡고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사 먹기
2024.09.11. (수)
아직 우리 층 부엌이 공사 중이라 아래층 부엌을 빌려 요리를 하고 있는데 덕분에 다른 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랑 오고 가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대부분 이 앞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코스타리카는 고등학교가 따로 없고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를 5년 다니고 11학년을 마치면 대학에 진학해서 이곳 성인의 기준인 18살에 대학에 입학한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만 있는 학사와 석사 사이 Licenciatura라는 고급학사 과정이 있다. 미국 등 석사 자체도 스킵하고 석박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석사 이전에 또 과정이 있다니 골치 아플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린 학생들도 많이 보인다. 특히 대학에 입학해 옆나라에서 넘어온 16살 아이는 미성년자라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렇게 만난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오늘 산호세 중심부에 놀러 갔다 오기로 했다.
평소와 같이 학교에 가서 스페인어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함께 출발했다. 오늘 드디어 relocation fee가 입금되었기 때문에 (국제 송금 수수료로 벌써 40달러 깎이긴 했지만-미국 계좌를 열면 두 번 깎일 것 한 번만 깎인다는 소식에 뒤늦게 신청 중이다.) 한 손에는 친구 손을 잡고 한 손에는 카드를 들고-아니 버스 요금은 또 현금으로 내야지-버스를 타러 나섰다. 갑자기 길에 서서 무언가 기다리길래 우리 지금 뭐 기다리는 거야? 했더니 이곳이 버스 정류장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했더니 느껴지잖아~했다. 너희가 아니었으면 나는 평생 정류장이 어딘지도 몰랐을 거야. 버스를 타고 산호세 중심부에 도착했다. 친구 한 명은 알러지 약을 타러 병원에 잠시 갔고 우리는 Barrio Escalante 지역을(우리나라의 연남동이나 성수동 같은 느낌인 것 같다.) 구경했다.(구경시켜 주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카페도 공유해 주고 독립영화를 틀어주는 곳도 알려줬다. 그리고 공원에서 다른 친구를 만나 함께 차이나타운을 둘러 보았다. 친구들에게 맛보여줄 불닭볶음면도 하나 사고서는 국립극장을 돌아보고 중앙 시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내일 사무실 셔틀을 탈 곳도 함께 보고서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중앙 시장에 크게 볼 것은 없었지만 우연히 지난주 일요일에 친구 동생이 이야기하던 아이스크림 집을 찾았다. 무슨 맛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딱 한 가지 맛이 있다고 맛보기 스푼을 주셨다. 한 입씩 먹어보고는 하나로 나누어 먹기로 했다. 1901년에 시작한 가게로, 그냥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인 줄 알았는데 여러 향신료(계피, 정향, 육두구, 바닐라-챗gpt가 알려줌)를 넣어서 특이한 맛과 향이 났다. 그리고서는 아까 둘러본 Barrio Escalante로 돌아가 친구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디저트를 먹기로 했다. 무슨 케이크를 먹을지 고민하는데-사실 나는 케이크 빵을 별로 안 좋아해서- 친구가 기왕 먹을 거면 전통적인 torta chilena를 먹으라고 추천해 줬다. 두 가지 torta chilena가 있었는데 레몬 맛은 친구가 시키길래 나는 그저 달다구리 맛으로 주문했는데 어질한 수준의 달달달달다구리였다. 뒤늦게 커피를 주문하고도 다 끝내지 못해서 포장해 집으로 가져와 먹었다. (또 집에서 먹으니까 금방 냠 먹어버렸다?)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받은 relocation fee로 처음 한 것: 디저트 카페에서 torta chilena와 커피 마시기! 달달하고 의미 있고 좋다.
너무 단 걸 먹어서인지 저녁에는 배가 고프지 않아 따로 챙겨 먹진 않았다. (사실 남아있던 쿠키까지 다 먹었다.) 밤이 다가올수록 한국에는 목요일 아침이 다가왔다. 목요일은 장학금 서류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사실 직전에 발견하고 내본 것이라, 그리고 한국에서 진행되는 필참 사전 교육도 있는지라 기대가 없었는데 그래도 막상 내고 나니까 결과가 궁금해서 메일함에 자꾸 손이 가고, 스팸메일함도 한 번 뒤적여보게 된다. 내일은 오랜만에 Escazú 사무실에 가려고 결심한 날이라 빨리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괜히 잠이 안 왔다. 과연 결과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