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
2024.08.09.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많아 실감 나지 않는 마지막 출근. 한평생을 서울에 살았지만 강서구, 그리고 마곡이라는 동네에 최종면접을 위해 처음 오게되었는데 이렇게 기억에 남을 장소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2021년 6월 7일부터 만 3년 하고도 3개월간 많은 것들을 내 안에 쌓고, 또 이곳에 놓고 간다.
회사에서 창피하게 너무 많이 울어버릴까 봐 걱정이 앞서던 마지막 출근일. 마음이 안 좋은 건지 몸이 안 좋은 건지 혹시 몰라 코로나 키트 검사를 했다가 냅다 양성 판정을 받아버렸다. 원래 마지막 순간은 빠르게 다가온다지만 (누가 카드에 써준 말인데 마음에 박혔다.) 이렇게까지 갑작스럽게 퇴근하게 되는 것은 계산이 없었는데.. 회식도 취소되고 남은 굿바이 카드를 급하게 작성했다. 그래도 구내식당에서 떨어져 점심을 먹고 오후에 출근하신 팀장님에게 인사드리고 사진도 찍고 챙겨주시는 여러 가지를 싸 들고일어났다.
모든 감정을 꾹꾹 잘 누르다가 가장 오래 팀장님으로 함께했던 담당님 방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예전 팀원들과 동기들 얼굴에 터져버렸다. 담당님을 마주하고는 그냥 끝도 없이 눈물이 나와서 지금 되돌아보니 아주 창피하다. 같이 따라와 준 책임님들과 후배 사원도 모두 같이 눈이 빨개져서 당시엔 너무 슬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좀 귀여우면서도 너무 고맙다. 책임님 한 분이 눈에 밟혔는지 오후 반차까지 쓰시고 한 시간 반 걸리는 집까지 직접 태워다 주셨다. 집에 들어가선 절대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엄마 아빠 얼굴을 보자마자 또 터져버렸다. 부모님은 내가 너무 아파서 우는 줄 알고 놀라셨다. 겨우 진정하고 쉬던 중 담당님에게 이제 업무가 끝나서 카드를 읽어봤다고 전화가 왔는데 더 남아 있는지도 몰랐던 눈물이 또다시 삐져나왔다. 지난 몇 년 간의 회사 생활 회고고 뭐고 눈물독에 빠져서 엉엉 울기만 한 지난 며칠이었다.
마지막 출근일 전까지 퇴직을 준비하면서 아쉽지만 그렇게까지 슬프진 않았는데 그냥 실감이 안 나던 거였나 보다. 회사를 빠져나오면서 모든 사물에, 사람에, 장소에 마지막 내 책상, 마지막 팀원들, 마지막 마곡.. 이러고 있으니 슬프지 않을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 눈물이 나서 모든 분께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하고 나온 것 같아 마음에 걸려 신경 써서 퇴직 인사 메일을 작성했다. 나는 지금까지 몇 번 받아본 퇴사 메일에 답해본 적이 없었는데 예상외의 몇 분에게 따뜻한 답장을 받아 조금 놀라면서 또 한 번 배웠다. 담당님이 위로해 주신다고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우리 버리고 가면서 뭣 하러 우냐~고 하셨는데 내가 만약 한국에 있는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한 다다음주 즈음부터 안정적으로 출근하는 상황이라면 좀 마음이 나았을까? 궁금했다. 원래도 잔정이 많아 고생하는 사람이라 매번 혼자 슬프던 졸업식 때처럼 그냥 그런 건지 혹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섞여 있는 건지 헷갈린다.
어쨌거나 떠날 사람인데도 마지막까지 여러모로 챙겨주시는 사람들로 퇴직을 끝까지 반대했던 아빠에게 장난반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줄 알았으면 괜히 퇴사했나 봐~할 정도로 아쉬운 마음이 컸다. 담당님도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회사가 결국엔 이익을 위해 모여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그래도 사람들을 엮어주는 단순 비즈니스 관계 이상의 무엇이 있는 걸 간접적으로 느껴서 한편으론 마음이 좋았다고 하셨다. 혼자서는 나름 거의 일 년에 거쳐 계획했던 퇴직이었는데 회사에 알린 건 한 달,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건 채 2주가 되지 않아 당장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맡고 있는 공통 업무가 따로 없었는데도 여유 있게 준비하기 어려웠다. 퇴직 연금 계좌 개설부터 퇴직 메일 내용 하나하나까지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수월하게 해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거취를 옮길 땐 리스트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주변 누가 이직을 준비하면 나도 한 꼬집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안정적인 환경보다 또 다른 성장에 대한 욕구가 더 커서 선택해 떠나 온 길이니 많은 것을 포기하고 떠나 온 만큼, 또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신 만큼 더 열심히 공부하고 나아가야지. 다음 어느 곳에 정착하든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그리고 조금 덜 감정적-더 프로페셔널 해지기.. 우선 당장 코앞의 출국 준비를 빨리 마쳐야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 것 같다. 현실이다! 집중해!! 그만 울어!!!
https://www.youtube.com/watch?v=wUGbYlQO7Bc&t=4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