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말아 말 끝을 흐리지 않기 위해!
2024.10.14. (월)
금요일에 하루 수업 안 했다고 또 이렇게 수업 듣기가 싫다. 한창 이전 회사 복지로 전화 영어, 전화 일본어, 전화 중국어를 할 때 매번 내손으로 신청해 놓고서도 전화오기 5분 전부터 제발 선생님이 전부 잊고 전화를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곤 했다. 그리고 가끔은 정말 이뤄졌다! 그리고 지금 서른이 가깝게 나이를 먹고서도 여전히 선생님이 깜빡하고 오늘 수업에 안 들어오셨으면 한다고 잠깐 생각한다. 요즘은 음식에 대하여 배우고 있는데 먹을 것에 관련된 것이라면 첫 챕터로 알려주셨어야죠! 싶으면서도 자꾸 모르는 단어를 사용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늘은 말을 또이또이하게 하지 않는다고 혼났는데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네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네 발음 때문이 아니라 말을 얼버무려서야!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모르는 단어+확실하지 않은 동사 변형 조합으로 말하다 보니 말끝을 자꾸 흐리게 된다.
수업이 끝나고 잠깐 누워있으려니 친구가 같이 보건소 좀 다녀오자고 해서 집을 나섰다. 그전에 약국에 들러 약을 두 알 샀는데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니 내일 인턴쉽 첫 출근이라 긴장되어서 진정되는 약을 산 것이라고 했다. 귀엽다.. 여기 약국을 몇 번 와보니까 항상 약을 몇 알씩만 소분해서 사는 것이 신기하다. 한국은 어떤지 생각해 보니 처방약 말고 이렇게 약국에서 필요한 약을 사본 경험이 없어서 보통 어떻게 파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보건소에 가서 보험 문의를 위해 줄에서 기다리며 요즘 스페인어 수업은 잘 듣고 있는지 물어보길래 오늘 혼난 이야길 해주니까 너 요즘 수업 시간 외에는 스페인어 공부 안 하지~했다. 왜 너까지 그래! 싶으면서도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친구는 아파트로 돌아가고 나는 지난주부터 가려고 벼르다가 매번 비가 와서 스타벅스로 발길을 돌려 실패했던 카페까지 걸어왔다. 카페에 앉아 이번 주말엔 정말 한 번 당일치기 투어라도 참가해 보려고 찾아보다가 금요일에 시험이 끝나고 나면 쉬고 싶을 것 같아 또 한 주 미루게 되었다. 날씨가 좋아 바깥 자리에 앉았더니 몇 시간 사이 모기가 맛있게 식사하고 떠났다. 6시에 aeróbico intermedio 수업이 있고 7시에 aeróbico avanzado 수업이 있어 고민하다가 지난주 월요일에 다음 주에 꼭 다시 보자! 했던 모녀가 떠올라서 6시 수업을 들으러 왔다.
초반엔 지난주에 그렇게 들으면서 후회했으면서 내가 이 수업에 또 오다니! 하다 중반부 즈음에는 나 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하다 후반부에는 갑자기 여러 가지 고민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갑자기 내일 사무실은 어떻게 가지, 금요일 시험공부는 어떻게 해야지, 프로젝트는 왜 시작을 안 하는 거지 아예 파투가 나버리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동시에 동작은 왼쪽 두 번 오른쪽 세 번 이렇게 따라가려니까 머리가 아팠다. 갑자기 많아진 생각에 좀 힘들어질 즈음 다행히 수업이 끝나고 동시에 생각들도 같이 사라졌다. 매달 다른 운동을 해보려고 결심하면서 언젠간 한 달간 라틴 댄스를 배워야지 생각했었는데 이래서는 그 한 달은 매일 울면서 다닐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일 첫 인턴십 출근을 하는 친구를 위해 아까 지나가던 길에 집 앞 베이커리에서 친구가 맛있겠다~하고 들여다보던 케이크를 사서 들어가려 했는데 이미 문이 닫힌 뒤였다. 아쉬운 마음에 길 건너 마트에서 도넛과 친구가 좋아하는 딸기우유를 함께 사 왔다. (약간 이 브랜드의 바닐라 우유 팀 vs 딸기 우유 팀 나누는 그런 게 있는데 우리 둘 다 이 브랜드는 딸기 우유가 더 낫다! 팀이라 같이 준비했다.) 작은 응원 메시지랑 같이 친구 냉장고에 넣어뒀더니 나중에 발견하고 아주 좋아해 줘서 나까지 또 행복해졌다. 같이 사온 바게트에 냉장고에 있던 크림치즈+아보카도+토마토+햄+버섯+계란을 차곡차곡 쌓아 샌드위치를 만들어 절반은 저녁으로 먹고 남은 절반은 내일 사무실에 챙겨갈 도시락을 만들었다. 내일 일찍 집을 나서기 위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