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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Oct 24. 2024

EP063. 사무실에서 요가하기

자 그럼 이제 파트너와 댄스댄스 해보세요~

2024.10.15. (화)


 오랜만에 사무실에 왔다. 심지어 일하러 온거 아니고 사무실에서 요가 수업을 한다고 하길래 출근한 거임. 그래도 지난번에 한 번 와본 경험으로 좀 더 익숙하게 사무실까지 버스를 타고 왔다. 그러나 여전히 차 타면 15분이면 오는 거리를 한 시간이나 걸려서 온 건 좀 억울하다. 억울하니까 아아 만들어 먹기~


 요가 수업을 들으러 왔더니 지난번 아프리칸 댄스 클래스에서 만난 동료가 있었다. 그 사이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인스타를 통해서 좀 친해져서-심지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친구가 출근하는 날이면(이 친구도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출근 안 한다.) 오늘 혹시 출근했으면 집 갈 때 태워다 줄게~하고 매번 물어봐 주었는데 난 그 와중에 일주일에 그 한 번도 안 가서 매번 앗 나 오늘은 연구소! 하고 답을 하다 오랜만에 만난 것이었다. 옆에 앉아 같이 요가 수업을 듣고 이따 시간이 되면 같이 집에 가자! 하고 헤어졌다. 10월에 집 근처 요가원 등록해서 들으려다가 요가매트 없으면 대여료 내야 해서 등록 안 했는데 오늘 수업이 끝나고 사용한 요가 매트를 가져가라고 하셨다! 이거 들고 가서 11월 등록해야지!!


 자리로 돌아와 스페인어 수업을 들으려고 하는데 원래도 조용한 사무실이 유난히 고요해서 어버버 수업을 듣기 민망했다. 그래서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엄청 신경 써서 말하니까 갑자기 선생님이 엄청 칭찬해주셨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약간 지나서 수업을 마쳤는데 아까 그 친구가 팀즈로 사무실에서 점심 먹을 거면 같이 먹자고 해주었다. 챙겨줘서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이 나라에 오면서 혼자 먹는 것에 익숙해져서 조금 불편한 마음도 한 구석에 있었다. 사실 요가 수업 끝나고 배고파서 만들어온 샌드위치 이미 까먹어서 점심으로 먹을 것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같이 앉아 그 친구의 다른 팀원과 같이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얘기하다 보니 갑자기 인생관 얘기까지 갔다 왔다. 와중에 TV에서 우리 동네 버스값 오른 게 뉴스에 나오길래 아는 척해봤다. 그러다 한 시간 뒤에 퇴근한다길래(?) 같이 사무실을 나섰다.


 그 친구 부서의 다른 분과 함께 셋이 퇴근을 하는데 초반에 스페인어로 대화하길래 힝.. 했는데 곧 영어로 대화해 주셨다. 친구와 그분 둘 다 변호사였는데(이 나라 의사랑 변호사 왜 이렇게 많아요) 그분은 법 관련 업무는 이제 안 하고 HR 등 경영지원 업무를 하는데 이번에 사내공모가 떠서 친구에게 지원하라고 설득하는 중이라고 했다. 뭔가 사내 공모 뜨는 것이나 각 팀 리더가 설득하는 것이나 하는 게 전 회사의 프로세스랑 비슷해서 신기했다.


 알고 보니 그분은 이번 주말에 국립 극장에서 노래까지 부르는 아티스트라고 했는데 동시에 타투 아티스트라고하며 팔을 걷어 가득한 타투를 보여줬다. 나도 하나 하고 싶냐고 해서 오.. 한국은 아직 타투는 좀 쉽지 않은 것 같아! 하고 이런저런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한국은 기술은 그렇게 빠르게 발전했으면서 여전히 그런 인식이 있는 것이 믿기 어렵다고 했다. 근데 나는 그중에서도 좀 느린 편이고 사실 요즘 세대는 마냥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은데 지금 적다 보니 뭔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우리나라의 대중적인 의견을 대변한 것 같아 앞으로는 좀 조심스럽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집까지 오면서 그럼 내가 다음 주에 너 출근하는 날에 이거랑 저거랑 가져다줘볼게! 너 언제 출근하는데? 하셨는데 난 다음 주에 출근 안 해.. 그렇지만 먼 길 오는 게 귀찮으면서도 자꾸 나와서 사무실 사람들이랑 친해져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오고 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 오랜만에 회사 다녀오니 기운이 쪽 빠져서 얼려둔 김밥으로 김밥전을 해서 김치랑 깻잎무침이랑 같이 먹는데 실시간으로 충전 됐다.


 아침에 요가도 했으니(사실 뭐 했는지 잘 모르겠고 그냥 마지막에 잠깐 누워서 자는 시간 줬는데 너무 좋았던 것만 기억난다.) 오늘은 헬스장에 가지 말까 했는데 baile aeróbico 수업이 궁금해서 와봤다. 다른 춤 수업이랑 달리 참석률이 엄청났는데 특히 남자애들이 많았다. 와중에 내 오른쪽 친구가 왼쪽 친구에게 관심이 있는게 너무 느껴져서 차라리 자리 좀 바꿔줬으면 싶었다. 왜 갑자기 애들이 많아졌지? 특히 다른 수업 땐 없던 이 남자애들은 어디서 나타난 거지? 했는데 수업을 마칠 즈음에 알게 되었다. 바로 파트너를 지정해서 춤추는 시간이 있었던 것! 그러나 아직 선생님만 따라서 혼자 출 때도 발이 꼬이고 누구 발을 밟고 밟히고 하는데 파트너와 함께 댄스댄스는 절대 자신이 없어서 나와서 구경을 하니 역시 오른쪽 왼쪽 친구가 짝꿍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귀어랏!(짝) 사귀어랏!(짝) 아침 요가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으면서도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와서 씻고 나니 몸이 노곤해져서 픽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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