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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Oct 24. 2024

EP067. 알게 모르게 조금씩 쌓이고 있는 것들

1. 스페인어 실력 2. 요리 실력 3. 춤 실력(?)

2024.10.19. (토)


 그것이 찾아왔다. 이 나라에 온 뒤로는 그 날이 되어도 아프지도 않아서 잘 몰랐는데 이상하다 싶어 날짜를 따져보니 너무 자주 찾아온다. 좋은 핑계가 생겨 따뜻하지도 않은 전기장판을 틀고 누워 팬케익에 시럽을 잔뜩 뿌려 먹고 침대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사이 시험을 마치고 돌아온 아래층 친구에게 뭐하냐고 전화가 왔다. 일어난지 몇 시간 째인데 침대에 누워있다고 말할 수 없어서 어.. 지금 일어났네? 했더니 옆동네 공원에서 하는 줌바 수업 가자! 해서 몸을 일으켰다. 안 그래도 오늘 자의로 헬스장까지 갈 힘이 없었는데 덕분에 모자를 눌러쓰고 물과 수건만 들고 집을 나섰다.


 아침부터 시험을 보고 왔는데 힘들지도 않은지 가는 길 내내 프로젝트는 업데이트가 있는지, 이번주에는 어디서 뭘 했는지, 여기 줌바 수업 내가 지지난 번부터 가자고 했잖아! 이렇게 오늘 갑작스럽지만 가게 되어 너무 좋다 나는 우리 프렌드쉽이 좋아.. 하면서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친구를 보며 이것이 스무 살..? 생각했다. 생각보다 꽤 오래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옆동네 쇼핑몰+공원이 있는 곳이었다. 넓은 공간에 큰 나무(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이 나무도 크리스나무 트리로 꾸민다고 한다!)도 있고 아이들도 뛰놀고 있는, 토요일을 시작하기 좋은 분위기의 장소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 공원이 아닌 쇼핑몰 한복판의 인테리어 소품 가게 앞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여기서 이렇게 노래 크게 틀어놓고 수업해도 괜찮은 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쇼핑몰 자체에서 마케팅 차원으로 의도적으로 토요일 아침에 쇼핑몰 안에서 메인 고객층이 좋아할 법한 수업(=줌바 수업)을 진행하는 것 같았다. 수업 듣는 내내 친구가 괜찮아? 어때? 하고 물어봐줬는데 지난번 친구 헬스장에 따라가서 수업을 들을 때 보다 훨씬 수월하고 재미있었다. 수강생들이 덜 젊은이들이라 난이도가 낮은 것인지 그래도 내가 그 사이 여기저기서 수업을 들으면서 좀 나아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앞 플리마켓을 잠깐 구경한 뒤 다시 우버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씻을 준비를 하는데 친구가 고생했다고 바나나 쉐이크를 갈아 가져다줬다. 달달하고 시원한 바나나 우유를 마신 뒤 샤워하고 점심으로 토마토 바질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이거 맛있잖아? 그리고 집 근처 카페에 와서 각자 할 일을 했다. 월요일에 있을 oral 시험을 위해 코스타리카 관련한 발표 자료와 대본을 만들었다. 친구가 보고 나도 영어 수업 시간에 맨날 나라에 대해 발표하는 과제 받았었는데..했다. 스페인어로 발표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니 약간 뿌듯하면서도 내가 이게 메인잡이 된 이 상황이 맞나? 헷갈렸다. 더 깊은 생각에 빠지기 전에 친구 남자친구가 픽업을 와줘서 건물로 돌아왔다.


 요 며칠간 건물 와이파이가 안 되는 것이 은근 스트레스다. 꼭 필요한 일들은 데이터로 해결하고 있는데 마음 놓고 누워서 의미 없이 도파민에 절여지는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 인터넷 유플러스로 바꾸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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