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김밥전=도파민 보충제
2024.10.20. (일)
눈을 뜨고 가장 먼저 와이파이가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는 어떤 일정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꼭 교회에 가기 전에 내일 발표 준비를 확실히 해둬야 하는데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답답했다. 그래서 후딱 아침을 먹고 교회 갈 준비를 해서 카페로 나왔다. 어제 친구가 추천해 준 몇 개의 카페 중 하나였는데 와보니 전에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 택시를 기다리며 코스타리카에도 멋진 카페가 있네! 하고 서있던 통창 유리로 된 카페였다. 사실 이곳 카페에선 이렇게 노트북을 펼치고 일을 잘하지도 않고 보통 음료만 마시기보다는 먹을 것을 같이 주문하는데 (내가 보고 느낀 바로는 그러함) 오늘은 좀 급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서 옆 테이블의 퐁실퐁실 팬케이크에 눈이 가긴 했지만 방금 아침을 먹고 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우버를 불러 교회로 향했다. 예배를 드리는데 괜히 눈에 물 같은 게 좀 맺혔다. 점심 메뉴는 잡채밥이었다. 밥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근처 플라자에 왔다. 아이스크림 가게 옆에 아사이볼 가게가 있어서 처음 도전해 보았다. 이미 토핑이 조합이 되어있어서 견과류 혹은 코코넛 가루를 피하기 어려웠는데 혹시 초코칩으로 바꿔주겠니! 해서 마음에 드는 아사이볼을 얻어낼 수 있었다. 나는 아이스크림 먹을래! 하고 다녀오신 친구 어머니께서 그래서 아사이볼이 맛있어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물어보셨는데 사실 맛있긴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다. 그렇지만 지난번 더 현대에서 봤던 아사이볼의 어마어마하게 긴 줄에 기회가 되면 꼭 먹어보고 싶긴 했다. 친구랑 한국에서 가게를 열게 된다면 아사이볼이나 엠파나다 가게를 하자고 이야기했다.
오늘 아침에 발표 준비만 없었다면 교회까지 걸어오려고 했는데 오는 길에 이 플라자에 들려 불닭볶음면 하나를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로제 불닭을 하나 고르고 진짜장을 한 봉지 사려 했는데 기억에 거의 8000원 했던 것 같다. 저는 이 오천 원짜리 불닭볶음면에도 이미 인지부조화가 왔단 말이에요. 대체품으로 짜장 불닭을 하나 더 집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냉동고에 지난주 한국어 시험 감독으로 일하면서 챙겨 왔던 김밥이 있었다. 해동하고 계란물을 묻혀 김밥전을 만들었다. 맨날 회사에서 김밥?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요~하면서도 전국 김밥 일주라는 책을 들여다보면서 책에 소개된 사무실 근처 김밥집까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직접 따릉이를 타고 픽업을 다녀와 팀원 다 같이 점심으로 먹곤 했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한 군데 있었는데 엄마 아빠가 그 근처에서 운동을 다녀오는 날이면 꼭 내가 좋아하는 묵은지 김밥과 진미채 김밥을 포장해다 주셨다. 그리고 다 먹지 못하면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시간이 지나버리면 계란물을 묻혀 김밥전을 해주시곤 했다.
그 추억을 살려 김밥전을 만들고 또 옆에서는 로제 불닭볶음면을 끓였다. 아주 무의미하고 자극적인 짧은 영상들을 보면서 먹고 싶었지만 인터넷 단절로 오랜만에 허공을 바라보며 식사에 집중했다. 요 며칠 도파민이 부족했는데 이 한 끼 식사로 충분히 보충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