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김가네 월간회의
2024.11.02. (토)
제 1회 김가네 월간회의를 진행했다. 한국 시간에 맞춰 새벽 일찍 일어나서 접속했다. 그래도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빠가 보자마자 살쪘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빠가 보기 좋다고 했을 땐 초반에 하루에 한 끼도 겨우 먹던 시기인데 너무하다! 와중에 동생은 다이어트로 고 1,2주 사이에 3kg을 뺐다고 했다. 그래도 밀린 이야기들을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한국 시간 때문도 있지만 주말에도 하루를 일찍 시작해보려고 아침 시간대로 잡은 것이었는데 의미 없게도 미팅 후 아침을 먹고 다시 잠들었다.
어제 오늘 멕시코에서 Día de los muertos 망자의 날이라고 코스타리카에서도 행사를 했다. 남미에 계신 다른 한국분들은 이 시기에 맞춰 멕시코로 여행을 가셨다. 국내선 타듯이 근처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던 유럽 때와 달리 멀지 않은 멕시코만해도 확실히 비행기표가 저렴하지 않아서 나는 가성비 있는 산호세 국립공원의 망자의 날을 즐기기로 했다. 원래 같이 가기로한 친구는 오후에 비가 올 것 같으니 오전에 가는게 좋을텐데 수업이 있다고 혼자라도 먼저 다녀오라고 해서 혼자 집을 나섰다.
가는 버스에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버스에 타서 기사님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이게 양해가 구해진다니!) 랩을 하기 시작했다. 코스타리카가 세상에서 제일 어쩌고~ 뿌라 비다~ 하시는데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돈을 주었다. 우연히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이 아저씨랑 또 한 번 같이 버스를 탔다. 아저씨는 역시나 또 랩을 하셨는데 프리스타일이라면서 아까랑 같은 랩을 해서 좀 실망했다. 아침 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키링을 사줬다. 나도 언젠간 스페인어로 랩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Yo Yo
공원에 도착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망자의 날 분장을 하는 곳도 많았고 당연히 따라오는 타코에 또 전통 음료도 많이 보였다. 약간 궁금했다가 멕시코 때 그렇게 좋지 못했던 타코의 추억과 또 음료에 까지 tajín 따힌를 마구 둘러뒀길래 도전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건 실패할 수 없지! 하는 생각으로 elotes 옥수수를 하나 주문했다. 마약옥수수 같은 달달함을 기대했는데 맵고 짠 맛이었다. 코스타리카도 그렇고 멕시코도 그렇게 디저트는 아주 단 것을 좋아하지만 그 외에는 짤거면 짜고! 매울거면 맵고! 해야하나보다. 옥수수도 피해가지 못한 따힌..
얼굴에 가루 묻혀가면서 엘로떼를 열심히 먹고 여러가지 물건들을 구경했는데 사실 멕시코 전통의 어떤 것보다 알록달록한 것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결국 메히꼬와는 전혀 관련 없는 무지개 반지와 무지개 발찌를 샀다. 그리고 사실 또 남색이 빠져서 아마 여러 사랑을 지지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물건 같았는데 저는 그냥 알록달록한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남색도 넣어주세요.
사진 찍는 줄 섰다가 유료 서비스임을 깨닫고 돈까지 내고 사진도 찍고 하다 보니 친구 수업이 끝날 시간이 다 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아무리 해도 고기가 너무 질기다는 말에 엄마가 파인애플을 갈아 넣는 게 제일 좋다고 해서 오는 길에 파인애플을 하나 사 왔다. 코스타리카.. 파인애플의 나라이지만 어마무시한 뿔들에 손질할 엄두가 안 나서 한 번도 사본적이 없는데 역시 손질이 어려웠다. 결국 반은 날려먹고 남은 과육들을 모아 갈아서 재워놓은 고기에 함께 덮어주었다.
남은 파인애플 기둥을 들고 남아있는 과육을 먹는데 엄마 생각이 났다. 파인애플 손질 후 심에 붙어있는 과육을 먹을 때, 망고를 자른 후 씨앗 들고 먹을 때, 엄마 생각이 난다. 한국에서는 파인애플을 자르고 나면 이런 심이 나오는지도 몰랐다. 엄마는 망고도 항상 과육 부분만 우리에게 잘라서 주면서 엄만 씨 있는 쪽이 더 맛있어~했는데. 근데 진짜 거기가 더 달긴 하던데? 흐흐
친구가 먹고 싶은 디저트가 있다고 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카페에 나왔다. 그러나 카페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자리가 없었다. 지난주 평일에 혼자 와서 크로와상을 먹을 땐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 운영하려나 생각까지 했었던 곳인데 주말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결국 친구 남자친구가 또 픽업을 와서 그 차를 타고 다른 집 근처 카페에 와서 과제를 했다. 그러다 친구의 친구가 왔는데 자기 남자친구 집에 키를 놓고 와서 집에 갈 수 없어서 온 친구였다. 오늘 아침에도 건물에 누가 키를 잃어버렸다고 하던데 세상 모두가 키를 잃어버리고 있잖아?
저녁에는 근처 몰에서 야외 상영장을 만들어서 코코를 틀어준다고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가지 못했다. 친구들과 지난주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애들이 자꾸 나보고 마이 리틀 에스더.. 하는데 언니가 여기서 버스는 잘 못 타도.. 벌레는 못 잡아도.. 거의 열 살은 더 많다 너네~ 그렇지만 스페인어 더 잘하고 버스 잘 타고 ㅂㅋ잡을 줄 아는 사람이 언니지 뭐. 그 사이 고기는 확실히 부드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