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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림 ComfyForest Sep 08. 2021

세계유산? 작품들로 만나보자.Part1내가 가 본 곳

수원 화성(영화-왕의 남자)

수원 화성은 2005년 가을,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 온 연구자들이 가 보고 싶다고 해서 부산에서 수원까지 허위허위 가게 된 곳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가 본 적이 없었다.


연구자들이 가고 싶어 한 이유는 간단했다. 일본에서도 갖은 전란 이후 나타난 평산성이라는 형태이고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거중기라는 최신 기계로 2년 만에 축조된 것이라 어떤 성인지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화성성역의궤에 실린 거중기
수원화성박물관 앞에 있는 것


부산에서 수원까지는 너무나 먼 길인 데다 내 시간, 내 돈 쓰고 통역까지 해가며 가야 했으니 누가 가고 싶어 하겠는가? 그러나 역시 까라면 까야하는 을이었던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당일 비까지 추적추적... 하늘이시여...! 저한테 왜 그러쎄요우~!



화성

상세정보

          국가 : 대한민국(Korea, Republic of)      

          위치 : 경기도(京畿道) 수원시(水原市)      

          좌표 : N37 16 19.992, E127 0 29.988      

          등재 연도 : 1997년      


화성(華城)은 경기도 수원에 있는 조선 시대의 성곽이다. 정조(正祖)가 자신의 부친인 장헌세자의 묘를 옮기면서 읍치소를 이전하고 주민을 이주시킬 수 있는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방어 목적으로 조성하였다. 1794년 2월에 착공하여 2년 반에 걸친 공사 후 완공되었다. 성곽 전체 길이는 5.74Km이며, 높이 4~6m의 성벽이 130㏊의 면적을 에워싸고 있다.

처음부터 계획되어 신축된 성곽이라는 점, 거주지로서의 읍성과 방어용 산성을 합하여 하나의 성곽도시로 만들었다는 점, 전통적인 축성 기법에 동양과 서양의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는 점, 그 이전의 우리나라 성곽에 흔치 않았던 다양한 방어용 시설이 많이 첨가되었다는 점, 주변 지형에 따라 자연스러운 형태로 조성해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는 점 등의 특징이 있다. 1801년에 간행된 화성 준공보고서인 『화성성역 의궤(華城城役儀軌)』를 통해 공사의 자세한 전말을 알 수 있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EC%88%98%EC%9B%90%ED%99%94%EC%84%B1/@37.2871202,127.0119379,15z/data=!4m5!3m4!1s0x0:0x1326e46ba3ed1641!8m2!3d37.2871202!4d127.0119379


처음 들어선 곳이 동장대(연무대).


동장대





일단 도심 평지에 성이 있는데 성벽이 둥그스름하게 둘러쳐져 있고 벽돌로 만들어져 있어 첫눈에 보기에도 투박하지 않은 강건함과 섬세함이 예뻤다. 왜 '화성(華: 꽃, 빛나다, 화려하다 城)'이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울러 정조께서 '아름답게 지어야 한다'라고 주문하신 이유도.




팔달문
팔달문


북수문(화홍문)


봉돈(봉화 올리는 곳)


지금까지 봐 왔던 한국의 성들과 달리 한 장소에 온전히 복원된 건축물들과 성곽(아직 복원이 덜 된 곳도 있다)들의 직선과 유려한 곡선, 계산된 공간의 배치 등에 홀딱 빠져, 구경 다 했으니 숙소로 가자는 손님들을 택시 태워 보내고 혼자 빗 속에서 습기 먹어 산발된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팔딱거리고 뛰어다녔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도 국제 문제는 안 생겼다고...



화성의 구조 등 상세한 설명은 이 영상을 참조하시면 좋을 듯.

https://youtu.be/O-ONfqfgXH4




그리고 2005년 12월 30일, 마지막 성적처리를 끝내고 가뿐한 마음으로 여동생과 어머니를 끌고 집 근처 O2 시네마로 향했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원래 29일 개봉작을 보고 싶었으나 일 때문에 보질 못했다. 첫날 아니고 오후 늦게 갔으니 당연히 바로 볼 수 있겠지 했는데 웬걸? 매진 행진을 치닫고 있어 예약을 넣어도 야간밖에 표가 남아있질 않았다.


솔직히 놀라웠다. 워낙 동성애 코드가 어쩌고 광고가 많이 된 탓에 지금과 다른 분위기의 당시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었기에.



사진은 멋진 두 남자 정진영과 감우성.


솔직히 내게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공길이는 잘 보이질 않았다. 또한 내 눈은 장생이 보다도 연산군을 쫓고 있었다. 육갑과 칠득과 팔복을 보고 있었다.


모두들 이 영화를 동성애 운운하고 있었으나 정작 내게는 당최 어디가 동성애 코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생과 공길은 사랑하는 사이였던가? 연산군이 공길에게 입술을 갖다 대었기 때문에 동성애다? '패왕별희'와 '해피 투게더'를 본 나에게 이 동성애 코드는 조금 이해 불가였다.


특히 장생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설정상 그는 공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일까지도 불사한다. 시나리오 상으로는 가능했다. 아~ 그러나 감우성 씨에게는 그 감정표현이 어려웠거나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민망한 설정이기에 감독선에서 잘랐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 눈에 장생은 공길을 자신의 피붙이처럼 여기는 것으로 보였지 동성애 코드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생을 연기한 감우성 씨에게 엄지를 치켜들어 주고 싶다. 그는 신들린 광대, 그 자체였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산'을 보면서 감우성 씨에게 호감을 느꼈었고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그가 결코 보이는 그대로의 부드러운 남자가 아니란 것을 어렴풋이 느꼈으나 이 정도로 딴따라 기질이 농후할 줄은 몰랐었다. 다시 태어나도 광대로 태어날 것이라 외치던 장생. 그 자유로운 영혼을 감우성 씨는 완벽히 표현해 냈다.


연산군은 조금 틀렸다. 그는 공길을 사랑하지 않았다. 연산군은 사람에게 사랑과 믿음을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사랑하는 일이 불가능한 인물이었다. 공길은 그가 처음으로 한번 사람을 믿고 사랑해볼까 하는 감정을 생기게는 해 주었으나 거기까지였다.


공길은 소위 말하는 양다리였던 것이다. 포장은 잘 되어 있었으나 공길은 장생과 연산군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손목을 그었던 것이 아닌가. 100% 자신만을 보고 사랑해 줄,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던 연산군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버렸다.


연산군은 덜 자랐고 제멋대로인 인물이었다. 엄마 젖을 조금 덜 먹었다는 이유로, 아버지께 꾸중을 좀 많이 들었다는 이유로. 이러한 감정들을 정진영 씨는 너무나 콕 집어 잘 표현해 내고 있었다.



공길 이준기. 이쁘다. 여자인 내가 봐도 여자보다 이쁘고 요염했다. 이 영화에서만. 이준기 씨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일본에서 쿠사나기 츠요시(초난 강)의 영화 '호텔 비너스'에도 출연했었다. 그때 연기를 보고 기본기는 탄탄할 것이라 여겼지만 그래도 아직 연기 초년생인데 용케도 공길의 감정을 잘 잡아 표현하는구나 했다.


 


왕의 남자의 또 하나의 볼거리.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의 의상들과 소도구들이었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내게 눈요기를 실컷 시켜주었다. 한복의 또 다른 미를 발견한 듯 해 기뻤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장면이다. 줄 위에서 자유롭게 왕을 욕하고 날아오는 화살을 춤추듯 피하던 장면.



마지막 장면이다. 마지막 묘기를 선보이고 두 사람은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나는 왕의 남자가 동성애 영화, 정치적 의미를 지닌 영화라고 회자되기보다는 팍팍한 시대에도 사람들을 위해 재능을 보여주던 예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로 보여졌으면 다.


영화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연산군이 공길과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고 장녹수를 만나러 갈 때 손가락으로 창문살을 친 뒤 녹수에게 돌아가는 장면은 서남암문과 장락당이 촬영 장소라고 한다.


서남암문


장락당


왕의 남자에 대한 리뷰는 끝냈지만 사실 나는 현대의 수원 화성을 더 자세히 감상할 수 있는 영화는 '7급 공무원'을 꼽는다. 그 외에도 '구르미 그린 달빛', '광해', '운빨 로맨스' 등 화성에서 촬영된 작품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서치 하다 보니 이 블로그에 작품들과 장소들이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또 한 번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든다. 이번에는 야경을 보고 싶다.


https://blog.naver.com/swcf_kr/221571066389


OST까지 완벽했던 영화.


영화 예고편을 올리려 했는데 화질이 너무 좋지 않아 유튜브에서 서치한 이선희 님의 '인연'뮤비로 대신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xopIbIQ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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